[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LG유플러스가 포문을 열고 SK텔레콤과 KT가 즉각 반격에 나선 이통 3사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경쟁이 끝난 3일, 한 증권사의통신시장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통신 3사 성장성 하락이 우려되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해당 통신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라면 반색할 만한 내용의 보고서지만, 매달 수 만원의 통신요금을 내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선전포고로 들립니다.

문지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날 “현재 LTE 보급률이 60%를 넘기 때문에 통신사의 올해 과제는 1인당 데이터 사용량 증가 및 요금제 수준 상승”이라면서 “통신사들은 지금 ‘평균 끌어올리기 작업’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습니다. 이통 3사들이 일제히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한 날, 주식시장에서 이들 회사 주가는 모두 하락했는데, 길게 보면 오히려 수익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문 연구원은 중고가 요금제 위주로 무제한 데이터 제공이 적용돼 평균 요금 수준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데다 보조금 등 마케팅비용이 축소되고 있어 이통 3사의 수익성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기존 9만~12만원 요금제를 사용하던 고객은 모두 8만원으로 내려오겠지만, 반대로 신규가입자 또는 기존 가입자 중 5만~7만 원 요금제를 사용하던 고객 상당수도 8만원 요금제로 올라갈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요금 하향 조정으로 최대 15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신규 가입자 증가와 소비자 만족 확대로 상쇄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는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돈을 더 내야할 것”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통신사의 주요 경영 지표이자, 주가 흐름을 좌우하는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통신사에 더 많은 돈을 낸다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몇몇 눈치 빠른 소비자들은 이미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이제 새 스마트폰을 살 때 마다 “80요금제 3달 의무 유지”가 필수가 될 것임을 직감한 것이지요. 통신사로부터 직접적인 보조금 외에도, 고가 요금제 3달 유지 실적에 따라 추가 지원금을 받는 판매자 입장에서는 ‘80 요금제’ 의무 가입을 강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신 스마트폰은 물론, 좀 쓸만한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갑을 놓고 펼치는 소비자와 통신사의 싸움은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모두 통신사의 승리였습니다. 스마트폰을 등장과 함께 3만5000원 요금제를 내놨을 당시, 그전까지 월 평균 1만~2만원에 불과했던 ARPU는 불과 몇 달 만에 3만원을 가볍게 뛰어 넘었습니다.

이제는 “40만원 용돈에 7만원 통신료를 내고나면 남는게 없다”는 대학생의 하소연이나, “200만원 월급에 통신요금 20만원을 빼면 먹을 것 사기도 힘들다”는 주부들의 푸념이 더 이상 낯설지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현명하지 못한 소비자’로만 매도하기에는 스마트폰과 LTE가 이미 일상 필수품이 됐습니다.

문제는 통신요금을 내리겠다며 단말기 보조금 27만원 사수에 혈안이 된 정부는, 통신사들의 8만원 요금제 출시가 반갑기만 하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의 “규제 완화” 요청에도 “통신요금을 내리려면 보조금을 규제해야 한다”고 했던 방통위나 미래부에게는 ‘요금인하’ 압박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요금제 등록 및 인허가권을 쥔 정부 당국은 통신사들의 신규 요금제 출시를 이례적으로 매우 신속하게 처리해줬습니다.

하지만 시장 현실을 몰라서 그런건지, 알고도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 즉 ‘80요금제 의무 3달 가입’에는 애써 눈감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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