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요리인류’ 이욱정 셰프PD의 뒷이야기
“이제 애피타이저 세 접시 끝났는데 벌써 숨이 차네요. 겨우 한숨 돌리는 중이에요.”
수목극 ‘시청률 도둑’으로 불렸던 KBS 1TV 다큐멘터리 ‘요리인류’의 이욱정<사진> PD가 상반기 방송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2010년 ‘인사이트 아시아-누들로드’를 통해 다큐멘터리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피버디상을 받았던 이 PD의 새 다큐 ‘요리인류’는 밤 10시대 쟁쟁한 드라마들을 경쟁상대로 만나 평균 7%대의 시청률을 써내며 호평받았다. 2년이 넘는 제작기간, 24억원의 투자가 아깝지 않은 성과였다. ‘요리인류’에선 요리의 개념을 확장해 빵, 향신료, 고기의 이야기가 3부에 걸쳐 다뤄졌다.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생소한 레서피는 물론 ‘음식의 세계에 접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문학적 관점으로 전달된 독특하고 담백한 ‘푸드멘터리(푸드+다큐멘터리)’였다.
이 PD에겐 특별한 별칭 하나가 있다. ‘셰프 PD’가 그것. 돌연 휴직계를 던지고 르코르동블루로 유학을 떠나 ‘프로요리사’ 명함을 들고 온 덕분이다. 전세금과 마이너스통장을 탈탈 털어 떠났던 런던 유학길의 이유는 하나였다. “음식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PD가 요리 한 번 해본 적 없다는 것이 내내 불편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누들로드’ 당시부터 기획을 시작해 일부 촬영분까지 담아뒀던 ‘요리인류’는 500일의 유학 후 비로소 제작에 돌입했다. 전 세계 45개국 촬영을 거쳐 완성된 ‘요리인류’에서 이 PD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최근 서울 상수동에 위치한 ‘요리인류’ 쿠킹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욱정 PD에게 프로그램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인류는 수만가지의 레서피를 개발했지만 시공을 넘어선 지금 몇 안 되는 음식만이 살아남았어요. 생존하고 번창한 음식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늘날 기업이 살아남은 방식과 닮아 있죠. 음식이든 상품이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 향유하는 사람들의 니즈와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하면 사라지고 도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PD가 발견한 공통점은 네 가지였다. 보존성과 휴대성, 적응력과 감성이다.
햄, 육포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발달할 수 있었던 육가공품은 보존성과 휴대성을 잘 보여주는 예다. 이동이 많았던 인류사에서 “간직할 수 없는 음식은 도태됐다”는 이 PD는 “같은 밀가루를 통해 조리된 음식이지만 유목민들이 국수 대신 빵을 소비했던 것은 보존과 휴대가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제품으로 설명하면 이는 곧 내구성”이라고 말했다. 지역, 문화권마다 각양각색인 밀음식은 요리의 ‘적응력’을 보여준다. 요리의 마지막은 ‘감성의 자극’이다. “국수는 가늘고 기다란 면발의 형태와 국수를 빨아들일 때의 촉감, 먹는 소리가 어우러져 감성을 일으키고 제과제빵의 세계는 완벽한 디자인으로 사람의 마음을 끈다”며 “더 맛있고 미학적인 음식을 만드는 새로운 시도가 인류의 문화였다”고 해석했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다큐 PD의 차기작답게 ‘요리인류’는 벌써부터 해외 시장에서 관심이 높다. 방송 전 이미 홍콩 TVB에 선판매됐고, 이 PD는 중국 CCTV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 ‘누들로드’를 접한 이후 ‘혀끝의 중국’이라는 푸드멘터리를 제작했던 CCTV가 ‘요리인류’의 티저 영상을 본 뒤 한식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함께 만들자는 제안을 해와 고심 중”이라고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밝히며 ‘다큐 한류’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3편의 방영을 마친 ‘요리인류’는 올 하반기 5편(‘세상의 모든 빵’ ‘매혹의 요리-카레’ ‘불의 요리-바비큐’ ‘실험적인 요리를 다루는 쿠킹 스페셜 1, 2부’)을 방송한다. 8부작이 끝날 즈음엔 시청자를 위한 퀴즈도 진행할 예정이다. “ ‘요리인류’ 포스터에 그려진 사람들에 대한 질문이에요. 어느 편의 어디에 나오는 사람일까요? 정답자에겐 요리인류 기념품이 있어요. 어렵나요?”
[사진제공=KBS 1TV ‘요리인류’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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