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명문대 출신도, 해외유학파도 아니다. 인하공전에 입학했다가 광운대 전자공학과에 편입해 학사모를 썼다. 첫 직장은 삼성이 아니었다. 중소기업인 에코전자와 맥슨전자를 거쳐 경력사원으로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학연도, 지연도 없는 그는 지난해 삼성으로부터 9개월간 62억1300만원의 봉급을 받았다. 매달 6억9000만원을 받은 셈이다.
올해 처음으로 등기임원 연봉이 공개되면서 신 사장과 같은 ‘샐러리맨의 신화’가 소개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IM부문에서 24조9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신 사장의 고액 연봉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끈기와 노력만으로 사회적 명성과 부를 일군 이들은 직장인 사이에서 새로운 지향점으로 자리 잡았다.
성과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있다. 고액 연봉이 사회적 논란을 부르는 것은 액수 때문만은 아니다. 회사가 적자에 허덕이거나 사법 처리를 받은 대기업 총수들이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은 데에는 ‘공분’에 가까운 비난이 쏟아진다. 회사 경영 사정을 이유로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거나 월급을 삭감했던 기업들이 정작 오너의 지갑은 두둑하게 챙겨줬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고액 연봉 자체가 아니다. 어떤 성과를 내서 이런 연봉을 받게 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내부 산정 기준’에 따라 정했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은 평범한 직장인들의 분노를 키울 뿐이다. 연봉 공개 대상에 미등기 임원을 배제한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등기이사가 아닌 대기업 오너들의 연봉은 알 수가 없다.
일각에서는 연봉 공개가 위화감을 조성하고, 노사 갈등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또 유능한 인재 영입이 위축되는 문제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성과가 있는 곳에 대가도 있다’는 명제가 임원 연봉 산정 과정에 관철된다면 유능한 인재 확보는 오히려 탄력이 붙을 것이다. 신종균 사장 같은 고액 연봉자가 많아질수록 직장인들의 사기도 치솟을 수 있다. 임원 연봉 공개가 건강한 자본주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이 확립되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