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
문 대표는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권주자로 첫 손에 꼽혀왔지만, 지난 2월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10여개월이 지난 지금은 ‘정치적 무능’, ‘리더십 부재’라는 혹독한 비판에 시달리며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는 신세가 됐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와 창당도 안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을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표가 사면초가에 놓이게 된 데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본인의 책임을 빼놓을 수 없다.
2월 전당대회에서 스스로 당 대표 선출과 당 혁신, 그리고 내년 총선 승리를 꼽으며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있다고 밝혔지만 두 번째 죽을 고비인 당 혁신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
오히려 당은 안 의원 탈당 이후 추가 이탈이 이어지면서 혁신은커녕 분당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야권 심장부인 광주에서는 지역구 의원 8명 중 절반이 당을 떠나면서 이미 과반이 붕괴됐다. 새정치연합이 뿌리로 삼고 있는 민주당 60년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문 대표를 비판하는 진영에서 항상 빼놓지 않는 것이 ‘반박자 늦은 결단’이다.
문 대표는 당 대표가 된 이후 연이은 선거 참패에 대한 입장을 제때 내놓지 못했으며, 당 내홍 수습 해법도 매번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평가다.
안 의원 탈당 직후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다 올라와 조기 총선체제 구축과 상향식 공천을 골자로 하는 ‘양산 구상’을 공개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23일에는 조기 선대위 카드를 제시했지만 역시 비주류 측으로부터 “이미 늦었다”는 빈축만 샀다.
문 대표는 양산 구상을 드러내면서 “12척의 배가 남아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즉생(生卽死) 각오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경구를 인용했다.
충무공은 백척간두 위기에서 백의종군을 통해 구국의 영웅으로 기록될 수 있었다. 문 대표에게도 구당(救黨)을 위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shind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