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프로그램 ‘액티브X’ 파일 대신 금융권 각기 다른 실행파일 사용 홈페이지 들어갈때마다 설치해야해 비대면거래한다며 고객편의는 뒷전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주부 박모(36ㆍ여)씨는 미국의 금리인상 소식에 대출금리가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거래은행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단순히 상품소개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보안프로그램을 깔지 않으면 관련 내용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렇게 불편하게 해놓고 무슨 온라인을 강화한다는 것이냐”면서 ”좀 있다 직접 은행창구에 들러 알아봐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보안프로그램 안 깔면 이용 원천봉쇄=은행 등 금융사들이 온라인금융, 비대면거래 등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편의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오는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면서 온라인 시스템 관행에 대한 혁신을 주문했지만 2년이 다 되도록 금융사들의 ‘관행붙잡기’는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물론 카드, 보험사 등 대다수의 금융사들은 홈페이지 이용에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액티브엑스(Active X) 기반의 보안체제가 사라진 대신, 은행마다 각기 다른 실행파일(exe) 기반의 보안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입장에서 금융사 홈페이지에 들어갈 때마다 ‘무언가’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은 여전한 상황이다.
최근 손바닥 정맥 정보를 통한 비대면금융거래를 시작한 신한은행의 인터넷 홈페이지의 소비자 편의성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으면 첫 화면조차 볼 수가 없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홈페이지의 경우 첫 화면은 볼 수 있지만 금융상품소개, 이벤트 소개 등 어떠한 항목 하나라도 클릭하면 바로 보안프로그램 설치 화면으로 바뀐다.
프로그램을 다운받아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결국 이용 자체를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설치를 해도 ‘설치를 완료하기 위해선 브라우저를 종료해야 합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인터넷창이 꺼져 버리기도 한다.
이는 2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우리카드 홈페이지는 바탕화면에서 이벤트 항목을 클릭하면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창이 뜬다.
거부할 경우 재차 뜨다가 미설치로 인한 정보노출 경고 메시지가 나온다. 이후 창은 사라지지만 또 다른 항목을 누르면 이내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창부터 순서대로 반복된다.
‘권고’란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의무인 셈이다.
현대해상 홈페이지 역시 첫 화면이 사라지고 화면 전체가 보안프로그램 설치 화면으로 연결된다
관행 철폐를 외치는 금융당국도 이용자들이 불편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이 오픈한 연금포털시스템 홈페이지도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안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단순정보취득과 개인정보 부문을 충분히 이원화할 수 있지만 그렇게 안하는 것은 투자를 안한다는 증거”라면서 “외국과 달리 해킹 등 개인정보 노출 등의 책임을 사업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한 행태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사들 “억울해…액티브 X만 아니면 된댔는데”=금융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박 대통령의 지적 이후 서둘러 공인인증서, 액티브 X 프로그램 의무사용을 철폐하면서 단기간에 새로운 기술을 찾아야만 했다는 것이다. 소비자편의성 향상보다 정부눈치보기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일단 정부에서 액티브X만 아니면 되니 보안프로그램을 다 바꿔달라고 요구해 어쩔 수 밖에 없었다”며 “최근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별도 보안프로그램을 깔지 않아도 되도록 온라인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마존, 페이팔 등 해외 유명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인증하고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 번거로움이 없다.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 정도만 입력만 하면 별도의 보안프로그램을 깔지 않아도 된다. 고객정보 보안의 책임은 서비스 제공자인 기업에게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