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ㆍ김진원 기자] 서울 강남 지역 집값을 논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그 곳,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30여년 전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이웃간 대화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택이아빠가 아들의 바둑우승 상금으로 5000만원을 손에 쥐자 선우엄마는 ‘요즘 강남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은마아파트에 투자할 것을 권유한다.
이웃들은 “무슨 아파트가 5000만원이나 하노”라며 뒤로 놀라 넘어가는데, 1988년 12월 15일 당시 기사를 보면 은마아파트 31평형(101㎡)의 매매가는 약 6500만원이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은마아파트가 그보다 15배 오른 1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택이아빠가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뭇 궁금하다.
극중 또 하나 재밌는 장면은 ‘15%밖에 안 되는’ 은행금리에 사람들이 “생돈을 뭐하러 은행에 처박아놓냐”며 시큰둥해하는 모습이다. 그럼 눈을 증시로 돌려 주식에 투자하려 했다면 어떤 종목이 가장 많이 거론됐을까?
1988년은 저유가, 저금리, 원화가치 약세라는 소위 ‘3저(低) 호황’의 붐을 타고 한국경제가 급성장한 시기다. 덕분에 국내 증시 역시 유례없는 활황을 보이며 12월 당시 907.20에 장을 마감했다. 당시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컸던 회사는 포항제철(현 포스코)로, 시총이 3조원에 달했다.
그 다음은 덕선이 아빠 성동일이 다니는 한일은행(1조6300억원)을 비롯해 제일은행(1조6000억원), 조흥은행(1조500억원) 등 은행 5곳이 6위까지 장악하고 있었다. 이어 대우(1조3300억원)와 현대건설(1조2900억원) 순이었다. 제조업과 금융업이 단연 대세였던 당시 시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반면, 2015년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은행들이 대거 사라지고 반도체와 자동차, 화장품 업종이 치고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달 15일 기준 시총 1위는 188조원의 삼성전자다. 이어 현대차(33조원), 한국전력(31조원)이 뒤를 잇고 있다.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23조원)과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21조원)가 10위권 내에 포진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만큼 30년 사이 한국의 산업구조도 큰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