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ㆍ49)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게 17일 무죄가 선고됐다.
이날 선고결과 못지 않게 관심을 모은 건 공판 소요시간이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선고공판은 5시가 돼서야 끝났을 만큼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선고에 긴 시간을 소요했다.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이동근 부장판사도 판결을 본격 시작하기 전 “판결문이 50페이지에 달한다”며 이날 선고가 길어질 것임을 암시했다.
우선 재판부는 선고를 내리기 전 먼저 외교부가 보내온 공문부터 읽어내려 갔다. 외교부는 공문을 통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마당에 이번 가토 전 지국장 사건이 상당한 장해가 되고 있다”며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대국적 차원에서 선처해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앞서 검찰이 지난 10월 결심공판에서 가토 전 지국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을 때 일본 정부와 언론은 ‘표현의 자유 침해’, ‘언론탄압’이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이날 공판에도 다수의 일본 취재진들이 참석해 100석에 가까운 중법정을 꽉 채웠을 만큼 선고결과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재판부도 판결 결과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듯 판결 내용과 그 법리적 근거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다. 가토 전 지국장의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되기 위해 필요한 법리적 요건을 설명하고, 가토 전 지국장의 행위가 이에 부합했는지 여부를 하나씩 따져보는 방식으로 공판은 전개됐다.
특히,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던 가토 전 지국장이 쓴 기사의 △사실 적시여부 △허위사실 여부 △명예훼손 여부 △비방목적의 존재여부를 가리기 위해 이 부장판사가 해당 기사 전문을 직접 읽어 내려가면서 공판은 더욱 길어졌다.
또 피고인이 일본인이다보니 판결문을 판사와 일본어 통역사가 한 문단씩 순차적으로 읽으면서 공판 시간은 배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공판 과정에서 가토 전 지국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에서 선 채로 판결을 경청해야 했다.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났을 무렵 변호인 측에서 “(피고인이) 앉아도 되겠냐”고 물었지만 재판부는 “우리 법정은 고령이거나 신체에 장애가 있어 불편하지 않은 이상 서서 판결을 듣게 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판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가토 전 지국장 측은 당초 오후 3시30분에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6시로 늦추고, 일본행 비행기 출발시간을 바꾸는 등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가토 전 지국장은 지난 해 8월 3일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전 보좌관이었던 정윤회 씨와 함께 있었으며 두 사람은 긴밀한 남녀관계’라는 의혹을 제기해 보수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