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룰라멤버로 인기 가도 이혼·사업실패 등으로 힘든 나날 요즘은 케이블·종편 등 출연 맹활약 “마지막 직업은 음반제작자 되고 싶어”

90년대의 아이콘(룰라)이었고, 당대 인기가수(샤크라, 디바, 컨츄리꼬꼬, 샵)를 키운 음반 제작자였다. “저도 산전수전 다 겪었잖아요.” 화려한 시절을 보낸 이상민이 방송인으로 돌아온 건 3년 전이었다. 2012년 ‘음악의 신’(Mnet) 이후 케이블과 종편 채널을 중심으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방송이 없는 날엔 견디기 힘들어요. ‘러브 액츄얼리’를 다시 보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내고, 고양이 두 마리와 TV를 보면서 시간을 지내요.”

지난 몇 년 사이 이상민은 ‘다작’ 방송인이 됐다. 현재 출연작만 해도 여섯 편이나 된다. tvN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 OtvN ‘쓸모있는 남자들’, XTM ‘더 벙커’, 채널A ‘잘 살아보세’, TV조선 ‘솔직한 연예토크 호박씨’를 통해 시청자와 만난다. 이미 녹화를 진행해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타임 아웃’(XTM)도 기다리고 있다.

촘촘히 짜인 스케줄을 쪼개 이상민과 두 번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케이블 채널 tvN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 녹화현장에서 만났고, 지난 일요일(20일) 오후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의 2회분 녹화 현장. 방송 3년차에 이상민은 전공을 살려 기획자로 변신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이상민이 최초의 아이디어를 제공해 태어났다. “술을 끊은 1년 동안 TV만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획자 마인드가 살아났다고 한다.

“요즘 미디어의 체계가 많이 바뀌고 있잖아요. 1인 방송을 통해 개개인이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가 됐고, TV가 아닌 플랫폼에서 영상이 더 빠르게 알려지고 있어요. 채널이 다양해지고, 스마트폰을 통해 시청환경이 만들어지다 보니 TV와 모바일 사이에 숨어있는 틈이 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시대에 맞는 변화무쌍하고 발 빠른 방송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방시팝’은 출연자들이 각자의 콘텐츠를 만들어 시청률 경쟁을 한다. 이상민의 장점이 잘 살아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자로의 경험을 바탕삼아 다양한 시도를 해보니 ‘방송의 재미’도 새삼 느낀다. 이상민은 프로그램을 통해 ‘더 지니어스 외전’을 기획,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한 임요환-홍진호, 장동민-홍지연(딜러)의 대결을 꾸몄다. 전략적인 접근이었다.

“지극히 비지니스였어요. 연출자로서는 완전히 초보고, 스스로 뭔가가 끌어올라 한다 해도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머릿속의 생각을 밀어붙이기엔 제작비 등의 지출이 클 수 밖에 없어요. 함부로 도전해, 개인적인 욕심을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싶었죠. 연출자로서 어느 정도 냄새를 맡아야 하고, 학습이 필요한데, 연습할 수 있는 판도 아니었고요. 다각적으로 생각했을 때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결정한 것이 ‘더 지니어스 외전’이었어요.”

원작에서 확보한 시청층을 흡수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따라왔다. 막상 2회분이 전파를 타자 아쉬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놓친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는 이미 분석을 끝냈다. “시청자와 출연자가 함께 게임을 풀어가고, 자신과 다르게 움직이는 출연자를 보는 재미, 바보 같은 행동을 하며 웃는 재미, 게임을 이해하지 못해도 출연자를 보며 알아가는 재미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제작자로서 손을 놓은지는 3년쯤 됐지만, 여전히 본능이 살아있었다. 무엇보다 시청자와 시대가 원하는 ‘트렌드’를 끊임없이 궁리한다.

한 때의 그는 시대를 풍미한 인기스타였다. 업계에서도 주목받는 엔터테인먼트 사업가였다. 이혼, 사업실패, 사건사고로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2006년 백지영의 ‘사랑안해’ 이후 음반 제작 이외의 사업에 손을 대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다. 그러다 또 다시 불미스러운 일의 주인공이 됐다. 오랜 시간 숨 죽여 지냈고, TV에 얼굴을 비춘 지난 몇 년 사이 이상민에겐 만만치 않은 경험치가 쌓였다. “오늘 하루를 넘기기 위해 술을 마셔야만 했던” 시기도 지나왔다.

“너무 오랜 시간 마셨어요. 술 없이는 잠을 못 들 정도로, 7~8년간 제겐 뗄래야 뗄 수 없는 친구같은 존재였죠. 술이 없으면 하루도 못 버티는 단계의 시간을 보냈어요. 어느 순간 TV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구나 싶었죠. 술이냐, 방송이냐. 푸석푸석한 얼굴을 관리도 못 한 채 술의 여독이 남아있는 모습이었죠. 이런 모습을 불편해하는 분들이 계실거라 생각했어요.”

불과 1년 사이 “완전히 술을 끊고” 일이 없는 날엔 TV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친구들과의 만남도 뜸해졌다. 달리 취미생활은 없지만,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사나흘씩 훌쩍 여행을 떠난다. 요즘 이상민을 가장 설레게 하는 건 ‘방송’이다. 출연자로서, 기획자로서 ‘방송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이상민은 하지만 자신의 마지막 직업은 ‘음반 제작자’이기를 바란다. “한두 해 했던 직업은 아니지만, 다른 어떤 일보다 부담스러워요. 아직까진 제작 쪽에 몸이 움직이지 않아요. 기대도 하겠지만, 잘 되겠냐는 시선도 있을 거예요. 일 년쯤 뒤엔 그 쪽 일을 시작하지 않을까 싶어요. 산전수전 다 겪으며 기회를 잡으려 별 짓 다 해봤어요. 하지만 기회는 어느 한 순간에 오더라고요. 지금 이 자리에서 제 흔적을 남기며 활동하다 보면 기회가 오리라 생각하고 있어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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