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위기와 도약의 카드산업
카드, 국가경제의 한축 자리매김 잇단 개인정보 유출로 최대 위기 체크 · 모바일 대중화에도 빨간불 보안 강화로 소비심리 회복을…
플라스틱 카드는 신용사회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경제성장에도 일조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신용사회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한발짝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보호는 누가 뭐래도 우리가 당면한 최대 과제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정보의 수집과 보관, 이용 절차를 더욱 강화하고,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용사회 실현에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신용사회로 가는 길을 세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1949년 미국의 중년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는 뉴욕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뒤 지갑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곤혹스러워했다. 그는 ‘돈없이 식사하면 얼마나 편리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결국 몇몇 레스토랑과 제휴를 맺는다. 1950년 세계 최초의 신용카드 ‘다이너스카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다이너스’(Diners)는 식사하는 사람들이란 의미. 신용카드는 밥값이 없을 때를 대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위기와 도약의 신용카드=카드산업은 국가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없어서는 안될 지갑 속 필수품이며, 내수를 진작하고 신용정보사회를 앞당기는 첨병 역할을 했다.
이런 카드산업의 성장은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소비진작과 세원확보 등을 위해 도입된 신용카드 장려정책으로 짧고 강렬한 성장을 구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1999년 51조원에서 2002년 678조원으로 급증했다. 경제성장률은 1999년 10.7%, 2000년 8.8%, 2001년 4.0%, 2002년 7.2%였다. 외환위기는 남의 일이었다.
그러나 화려한 시절을 오래가지 못했다. 정교한 심사와 카드사 간 정보공유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남발한 카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거리에 넘쳐나면서 최악의 신용대란이 일어났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상환 능력을 벗어난 개인의 무분별한 카드 사용과 허술한 카드사의 리스크관리, 금융감독당국의 부실한 리스크관리 시스템, 카드 사용과 돌려막기를 위험하게 생각하지 않은 정부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래도 위기는 교훈을 남겼다. 2001년 65.2%에 달했던 카드대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말 현재 16.6%로 축소됐다. 한국신용평가 위지원 수석연구원은 “결제 서비스 위주의 영업구조가 카드사에 정착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면서 “카드대란 학습효과로 카드사들은 건전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곳곳에 ‘빨간불’=우리나라 카드산업의 역사는 위기와 도약의 반복으로 요약된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체계 개편과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 축소를 뒤로 하고 도약을 꿈꿨다.
올해 체크카드 시장에서 성장을 꾀하는가 하면 모바일카드의 대중화가 진전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빅데이터 사업을 비롯한 신규 부대업무를 통한 수익성 개선 의지도 높았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카드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불안감에 휩싸인 고객들의 카드런이 잇따르는가 하면 금융회사의 전화영업이 일시 중단되는 한편 정보 공유가 제한됐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로 체크카드 확산 속도가 주춤해지고, 정보보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모바일카드와 빅데이터의 대중화 행보에도 빨간불이 커졌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현금사용 급증과 금융회사의 전화영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의 당면 과제가 내수 진작인 만큼, 안그래도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카드사용 둔화는 소비 위축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정보의 수집과 이용에 대한 제한이 금융회사의 비용증가를 불러오면서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비용이 늘어나면 금융회사들은 서비스를 줄이든지 가격을 올릴 것”이라면서 “보안이란 목적을 달성하면서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동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