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합리적 법조인 양성을 위한 공론화위해 의견 밝힌 것”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법부무가 지난 3일 ‘2017년 예정된 사법시험 폐지를 4년 유예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발표한 이후 법조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로스쿨 학생들은 법부무가 입장을 철회할 때까지 모든 학사일정을 거부하고, 내년 1월 변호사시험도 보지 않겠다고 합니다. 집단 자퇴서를 내는 학교도 있네요. 반면, 사시 폐지 계획을 없애고 존치시키자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습니다. 사시 존치를 바라는 고시생모임, 전국법과대학교수회 등은 ‘사시 존치를 촉구하는 국민연대’를 결정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사시 존치는 로스쿨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희망 사다리”라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태세입니다.

사태가 어떻게 정리될까요.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3회에 걸쳐 확산되는 사시 논란의 쟁점을 소개합니다.

먼저 요즘 혼란을 부채질한 원흉으로 가장 욕을 많이 먹고 있는 법무부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사시 폐지 계획을 4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반발이 커지자 아직 확정된 계획은 아니라고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을 바꿨다’거나 ‘혼란의 원흉’으로 몰린데 대해선 상당히 억울해하는 모습입니다.

김광수 법무부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이번 논란이 시작된 계기가“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사법고시 폐지에 대한) 법무부의 의견을 물었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곤“사시 폐지 계획을 확정하는 것이나 존치를 결정하는 것은 모두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지 법무부가 하겠다고 할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법대로 하자면 2017년 계획대로 사시는 폐지됩니다. 이 계획을 틀려면 국회가 다시 입법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행정부가 하겠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따져보면 이런 논란이 시작된 배경은 달라진 국민의식을 반영합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의 절반 이상은 사시제도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희망 사다리’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시가 비싼 로스쿨에 못 들어가도,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어도, 주경야독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도, 본인만 똑똑하고 열심히 공부하면 인생역전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을 준다는 겁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다’는 빈익빈부익부 사회에서 희망을 주는 제도라는 생각입니다.

국회에서는 이런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대안에 대해 고민했나 봅니다. 무작정 2017년 예정대로 사시를 폐지하는 건 절반 이상의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봤겠죠. 국회는 그 과정에서 법무부에 의견을 물었습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그동안 조사했던 여론 등 이것저것 자료를 첨부해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그게 이번에 발표된 사시폐지 계획을 4년 정도 유예하면서 대안을 심도 깊게 논의하자는 겁니다. 김광수 대변인은 “반대의견을 의식해 쉬쉬하고 넘어가는 것보다 솔직한 입장을 밝혀 공론화하는게 바람직한 법조 인력 양성 제도를 마련하는 방법 아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어쩌면 법무부의 돌발행동은 꽤 잘한 일일 수 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합리적인 법조인력 양성 방안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다시 따져보는 계기가 됐으니 말입니다. 설사 기존 계획대로 사시 제도가 2017년 폐지된다고 해도 이번 논란 과정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로스쿨 선발 제도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로스쿨이 실제로 있는 집 자식들의 학교가 됐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선발 과정의 투명성, 장학제도의 강화 등 다양한 이슈가 논의될 수 있습니다.

사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사시는 과연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지, 로스쿨 외에 다른 법조인 양성 제도를 만드는 것은 가능할지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법조인 양성 제도에 대해 다시 근본적으로 고민하게 한 법무부는 제 역할을 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