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시장은 이미 포화, 서비스업으로 변신중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이번 기회에 사시를 통과하거나 로스쿨을 졸업해 법조인이 되는 것을 신분상승을 이루는 사다리로 보는 게 타당한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법조계 종사자들은 과거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결코 아니라는 대답이 많습니다.
일단 시장 상황이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지금 변호사는 2만명을 넘었습니다. 올 10월 기준으로 2만133명이라고 하네요. 수십년간 수천명 수준이던 변호사가 2008년 1만명을 넘기고 단 7년 만에 두 배가 됐습니다. 2004년 이후 사시 선발 인원이 매년 1000명을 넘어섰고, 2012년 로스쿨 출신 변호사시험 합격자까지 가세해 포화상태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선지 서초동에서 사무실을 연 변호사들을 만나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일부 고위 판검사 출신을 제외하고는 늘 일감 부족에 시달립니다. 일을 따도 수임료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불구속 사건 수임료가 과거 건당 500만원정도였으나 현재 200만~300만원, 심지어 100만원만 줘도 해주는 곳이 생겼습니다. 그래선지 직원들 월급도 주기 힘들다는 곳이 부지기수입니다.
통계에도 업계의 어려움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최근 6년간 휴업, 폐업한 서울 지역 변호사는 2010년 243명, 2011년 215명, 2012년 297명, 2013년 334명, 지난해 450명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로스쿨 졸업생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예정입니다. 외국 로펌의 국내 설립이 허용되는 등 변호사 시장 개방도 본격화한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변호사가 하나의 대중적인 서비스 직군이 될 겁니다. 법조인이 과거처럼 명예와 돈과 특권을 누리던 시대가 지나고 회계사나 변리사 등 다른 직군처럼 전문 서비스 직군이 된다는 겁니다.
사실 이는 국민들에겐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누구나 쉽게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는 또 다른 시대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시 폐지 논란은 핵심을 벗어난 것인지 모릅니다. 시장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법조인의 특권은 줄고 있습니다. 특권이 줄어들수록 로스쿨은 진짜 법조인이 되고 싶은 사람만 선택할 겁니다. ‘빽’을 써서 뒷문으로 들어갔다는 등 논란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권이 없으면 그런 사람들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고 있습니다. 법조인의 위상도 계속 달라질 겁니다. 언제나 지금 같을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그건 합리적인 법조인 양성 제도를 고민하는 정부 당국이나, 법조인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구상하는 사람이나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