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입법부 수장이 정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6일 “쟁점법안 직권상정은 현행법상 국가 비상사태에서나 가능한데 현 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전날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경제관련 쟁점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을 정면 거부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갈 길 바쁜 기업활력제고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관련 5법 등의 처리가 더 불투명해지고 말았다.
경제활성화와 노동개혁 관련 입법이 화급한 건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당장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라는 험난한 파고를 넘어야 하나 경제를 견인할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청년들은 ‘고용 절벽’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나마 지금이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그런데 국회가 연일 시간을 허송하고 있으니 박 대통령으로선 절박감이 깊어질 만하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회와 그 수장을 압박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의 자세는 옳지 않다. 국회를 마치 청와대 산하 기관쯤으로 여기는 듯한 오만한 발상은 3권 분립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원하는 입법이 늦어지면 국회만 다그칠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과 의회지도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건강보험 개혁안을 하원의장과 반대 의원들을 끊임없이 만나 대화하고 소통한 끝에야 비로소 관철시켰다. 예산안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여야 의원들과 직접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 소통의 리더십이 박 대통령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 모두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넓고 긴 안목에서 무엇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새누리당도 ‘긴급 재정 경제 명령’ 운운하며 대통령 눈치나 볼 때가 아니다. 그럴 시간에 한번이라도 더 쟁점 법안에 독소조항은 없는지 살피고 야당과 만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