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가슴 두근거림ㆍ과호흡 동반 “불안 자체가 병 아냐”…일상생활 방해 땐 정신과 치료를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자려고 누우면 심장마비가 오나 싶을 정도로 심장이 미친 듯이 뛰더라고요.” 수년 전 갑작스레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 A(27ㆍ여) 씨는 어느 날 불쑥 불안장애 증세와 마주했다. 조금만 흥분해도 20분 정도씩 온몸이 떨리는 약한 발작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고, 이유 없이 숨 쉬기 힘들 때도 많았다. 결국 A씨는 한동안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했지만 아직도 완쾌하지 못했다. 그는 “상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들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불가능하다는 생각만 가중되고 한없이 어렵게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최근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불안과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불시에 엄습하는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모 인기 개그맨이 이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고정 출연하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해 관심이 집중됐지만, 연예인들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안장애 진료 인원은 2008년 39만8000여 명에서 2013년에는 52만2000여 명으로 6년 사이 12만명이나 급증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안장애는 일반적으로 가슴 두근거림, 빈맥, 혈압 상승과 같은 심혈관계 증상과 초조함, 과호흡, 설사, 어지러움, 두통, 발한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이선구 교수는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 급하게 손을 떼게 되는 것처럼 불안감이 오면 교감신경이 과활성화돼 가슴 떨림과 같은 신체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 증상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위험한 상황이 아닌데도 잘못된 알람이 울리듯 일상생활까지 힘들어지는 정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불안장애의 맹점은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가 올라왔다 사라지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신체적 증상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 심장 떨림이나 발한이 생기면 일반적인 신체 증상으로 오인해 내과 등을 먼저 찾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불안장애일 경우 각종 검사에도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는다.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사회적 시선 때문에 이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정신과 진료 과정을 밟아도 완쾌는 쉽지 않다. 불안장애 환자에게는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지행동치료는 ‘불안증세만으로는 죽지 않는다’, ‘2~3분이면 지나간다’, ‘심호흡을 하고 다른 곳에 집중한다’ 등의 매뉴얼을 숙지해 불시에 불안증세가 닥쳐도 이를 극복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선구 교수는 “불안 자체가 병은 아니고 몸을 보호하려는 당연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중요하다”며 “빈도수가 잦아지거나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고 못 견딜 정도가 되면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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