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박원순 시장만 동의하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국가보훈처는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못 걸겠다고 최종 통보해와 향후 모든 절차를 통해 반드시 태극기 게양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브리핑이 끝나고 브리핑룸을 떠나던 국가보훈처 관계자가 ‘박원순 서울시장만 동의하면 되는 걸로 알고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과연 무슨 말일까요.
먼저 이 일의 선후관계를 따져봐야 합니다. 국가보훈처와 서울시에 따라 상황을 재구성하면 이렇습니다.
▶6월2일 국가보훈처-서울시 MOU(업무협약) 체결=이날 국가보훈처장과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 건에 대해 MOU를 체결합니다. 협약 내용은 ‘광화문광장 내 대형 태극기 구현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편의를 제공한다’, ‘서대문 독립공원 내 독립의 전당 걸립 사업 추진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한다’가 골자입니다.
▶6월16일~7월13일 자문위원회 개최=보훈처 추천위원 6명, 서울시 추천위원 5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게 됩니다. 여기서 광화문광장에 게양할 대형 태극기 게양대 디자인 안을 마련하고 부속조형물로 워터스크린형 설치가 결정됩니다.
▶7월2일, 14일 서울시장 보고=최종 디자인에 대한 서울시장 보고 과정에서 서울시가 1년간 한시적 설치 후 철거하자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7월22일 서울시 안전, 디자인 자문회의=안전성을 확보하고, 규모 축소와 시민공감 메시지 담은 디자인 반영을 서울시가 요청합니다.
▶7월30일 서울시 조형물심의위원회=광화문광장에 한시적 건립은 적합하고 부속조형물은 관리와 활용도 측면에서 부적합한 것으로 의결됩니다.
▶8월11일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서울시는 이때 광복절이 이미 임박해 태극기 게양 사업 시점은 이미 광복절을 지나 사업의 본 취지인 광복70주년의 의미가 반감된다고 봅니다. 서울시는 당초 위원회에 제출한 2015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 및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보훈처에 따르면 이때 태극기 게양에 대해 위원회에서 찬반 논란이 많아 의견만 제시하고 가부를 서울시장에게 위임하였다고 합니다.
▶8월25일 서울시 요청안 보훈처에 제시=1안은 ‘2016년 8월15일까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게양대 설치 및 운영’, 2안은 ‘2015년 12월31일까지 광화문시장에 게양대 설치 및 운영’하는 2가지 방안을 서울시가 보훈처에 제시합니다.
▶9월25일 국가보훈처 서울시 제안 불수용 입장=국가보훈처는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고 상시적으로 게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다시 제시합니다.
▶10월14일 보훈처-서울시 국장회의=보훈처는 한시적 설치 방안은 수용이 어렵다며 항구적 설치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시는 의정부 터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은 2017년 3월부터 의정부 터 원형회복 추진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므로 한시적 설치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합니다. 또 영구적으로 설치하려면 정부서울청사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정부시설 부지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도 냅니다.
▶11월23일 서울시, 보훈처에 최종 통보=서울시는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 한시적 설치만 가능하고 영구 설치하려면 정부서울청사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정부시설 부지에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훈처에 최종 통보합니다.
▶12월15일 보훈처 “모든 방법 통해 반드시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영구적으로 게양하겠다”는 입장 표명=보훈처는 다시 이런 입장을 밝힙니다.
여기서 보훈처 관계자가 ‘서울시장만 동의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8월 11일 있었던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와 관련된 것입니다. 최종 승인 절차인 이 위원회에서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한시적으로 게양하자는 의결이 내려졌는데 보훈처 관계자는 이 위원회의 결정이 사실상 박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박합니다.
일단 서울시는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반대한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최초 업무협약 체결 당시에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영구적으로 설치한다는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보훈처가 7월2일 서울시장 보고, 7월23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도 한시적 운영하는 안을 제출했다고 밝힙니다.
또한 ‘서울시장만 찬성하면 된다’는 이야기에도 적극 반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서울시 조례에 근거해 위원을 위촉해 구성합니다. 학계 전문가 3명, 시민단체 3명, 시의회 소관상임위원회 위원 2명, 공무원 1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하나의 의사결정 절차로서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다”며 “위원회가 특정인 의중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혹 자체가 절차를 무시하는 발언이며, 위원회의 결정이 특정인의 성향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해 왔습니다.
보훈처가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인상을 사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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