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ㆍ장필수ㆍ양영경 기자] 대한민국 14대 대통령인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격동의 현대사(史)를 함께 한 유력 인사들의 눈물로 채워졌다. 22일 오전 0시 22분, ‘불꽃’ 같던 삶을 88세로 마감한 고인이 연출한 또 다른 역사였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도 울어버렸다. YS와 ‘동지’ 혹은 ‘경쟁적 협력관계’를 유지했던 그의 회한은 남다른 듯했다. 이날 오전 8시 51분께 빈소에 도착한 JP는 1시간 가량 고인의 차남인 김현철씨,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ㆍ 서청원 최고위원,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과 대화를 나누며 고인을 기렸다.

JP는 고인이 생전에 했던 말 중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화에 대한 갈망이 응축된 이 어록은 유신시절이던 1979년,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YS가 의원직에서 제명 당하면서 남긴 일성(一聲)이다.

JP는 “일체 당신의 신념대로 움직이는데, 유형ㆍ무형으로 방해하는 어떤 행위도 내 신념을 꺾지 못하고, 역사는 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다. 그런 신념을 말씀하신 건데 그게 생각이 난다”고 했다.

이를 듣고 있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참 기맥(막)힌 말씀”이라며 흐느꼈다.

JP는 “보통 사람은 생각하지 못하는 얘기다. 신념에서 우러나온 말씀”이라고 했고, 서청원 최고위원은 “용기가 대단하시다”고 말했다.

JP는 대화 도중 YS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김기수 전 실장을 찾았다. 그는 “충신 하나 어디 갔어. 끝까지 아버지(YS) 모시던 충신 하나 있잖아”라고 했다. 이에 김현철씨는 “김기수 실장님이요, 고생을 끝까지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JP는 김기수 전 실장이 나타나자 “둘도 없는 충신에게 말씀하신 거 있지, ‘강물에 빠져 죽으라고’”라며 인사를 건네자, 김 전 실장은 “‘한강물에 빠지라고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YS가 생전에 측근들이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 “한강물에 빠져라”라고 종종 호통치던 걸 추억한 것이다.

JP는 김 전 실장에게 “잘 모셨어. 긴 세월 일편단심으로 잘 모셨어”라고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울기 시작했다.

JP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식사는 잘 하고 계시나”라고 묻자 “밥 먹으니까 이렇게 살아 있다”며 “그 말씀 하시니 (YS가) 단식하시면서 ‘사람은 밥 못먹으면 죽는다’, 그 말씀도 했어. 단식을 여러 번 하셨잖아”라며 아쉬워했다.

JP는 조문한지 약 1시간쯤 흐른 9시 43분께 장례식장을 나섰다. 그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에게 “슬퍼요”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 뿐”이라고 했다. JP는 배웅을 한 서청원 최고위원에게 “저돌적으로 하지 말고….”라며 차를 타고 떠났다.

눈물을 쏟은 건 JP만이 아니었다. 김무성 대표는 차라리 오열에 가까웠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37분께 빈소를 찾았다. 조문을 위해 국화를 헌화하고, 향을 피우려던 손이 떨렸는지 향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고인을 향한 두 번의 절. 앞선 한 번의 절에서 작은 흐느낌은, 두 번째에선 더 커졌다. 절을 마친 뒤 상주인 김현철씨를 껴안았다. 한 번 더 흐느꼈다. 조문 뒤엔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이 모여 있는 내빈실로 들어갔고, 그 곳에선 김 대표의 오열이 흘러나왔다.

김 대표는 앞서 기자들에게 “저는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고인의 가시는 길에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상주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우리 모두 상주”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10시 5분께 용무가 있어서 빈소를 잠시 떠났다. 기자들이 ‘5일장인데 내내 자리를 지킬건가’라고 하자, “상주인데 당연하다. 각하를 모시던 우리, 다 제자들, 다 상주다. 상주 역할 충실하겠다”고 했다.

또한 김 대표는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는 최초의 문민 정부를 여신 대통령이었고, 대통령 재임 중 누구도 흉내내지 못한 위대한 개혁 업적을 만드신 불세출의 영웅"이라고 김 전 대통령을 회고했다.

JP가 조문할 때도 혈연적 상주인 김현철씨 옆엔 김수한 전 국회의장ㆍ서청원 최고위원ㆍ김무성 대표가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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