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이 아파트의 성공 분양을 기원합니다-(인근 A단지 분양자모임 일동)’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견본주택 앞에 다른 아파트 분양자들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성공 분양을 기원한다는 응원 문구가 함께….
건설사와 분양 상담사 등 분양 관계자들마저 플래카드에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었다. 분양 아파트 관계자가 아닌 다른 곳에서 분양 성공을 기원하는 플래카드를 내건 것은 이례적이었기 때문.
분양 관계자는 “지금 견본주택 앞에 A단지 분양자들이 직접 응원 플래카드를 걸었는데 이쪽 업계에 입문한 후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라며 “시공사나 시행사, 협력업체 관계사 쪽에서 성공 분양을 기원하는 플래카드를 건다면 이해가 될 텐데 그냥 다른 단지 계약자들이 단체로 플래카드를 거니 생소하다”고 했다.
이유를 보니 명확했다. 한 지역 주민은 “지난 7월 분양한 A단지 계약자들이 나중에 나온 이 단지 분양가가 더 비싸게 책정되자 성공 분양을 기원하는 것”이라며 “명목상 이 아파트의 성공 분양이지, 사실은 A단지 분양가에 프리미엄(웃돈)을 확실히 형성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해 아파트 공급물량이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쏟아지는 가운데, 아파트 공급방식의 특성상 청약률이 높게 나오고 분양 계약마저 100% 완료되면 자연스럽게 분양권에 웃돈이 붙기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이와 유사한 진풍경이 빚어지고 있다.
같은 택지지구에서 인접한 아파트 단지지만 분양 시기를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3~6개월 정도 시차를 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앞서 분양한 단지가 높은 청약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계약이 100% 마감돼 ‘완판’을 선언, 수천만원의 웃돈이 형성되면 수개월 후 분양 예정인 단지는 앞서 분양한 단지 분양가에 붙은 웃돈마저 분양가에 포함시켜 분양가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즉, A단지 전용면적 84㎡가 분양가 3억6000만원대에 성공 분양돼 4000만원 전후의 프리미엄까지 형성된 경우, 나중에 분양하는 B단지는 A단지와 비슷한 조건과 구성을 내세우면서도 시세를 반영해 3억9000만원~4억원대에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이다.
일부 지역은 공공택지로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긴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비적용지역인 민간택지의 분양가가 급등해도 ‘완판’이 이어지고 공공택지 단지 역시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되는 등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의 역할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먼저 분양한 A단지에 4000만원 전후의 웃돈이 붙고, 나중에 B단지가 그런 웃돈을 반영한 분양가로 분양할 때 A단지 계약자들은 B단지의 성공 분양을 바랄 수 밖에 없다. B단지 분양이 성공하면 A단지는 몇개월만에 수천만원의 시세 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플래카드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작년과 올해 분양이 수개월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화성 동탄2신도시, 고양 삼송지구 및 원흥지구, 하남 미사강변도시,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에서 이런 모습이 특히 흔히 목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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