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3국이 인접한 바다를 무대로 한 해양 영토 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남중국해 해상에서 벌어진 중국과 미국의 대립과 함께 다음 달부터 시작될 한국과 중국 간 배타적 경제수역(EEZ) 획정 협상은 모두 해양 영토를 둘러싼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해상 영토는 명확히 선을 그을 수 있는 육지와 달리 여러 국가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 각국은 역사적 사실을 주장하거나 육지와 이어진 대륙붕을 근거로 영유권을 내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같은 국제사회의 규범보다는 강대국의 힘의 논리가 통용된다.

해양영토 쟁탈전을 한마디로 말하면 분쟁 지역 일대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석유와 지하자원을 둘러싼 지정학적 헤게모니 싸움이다. 때문에 어느 국가든 절대 양보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해상 영토의 영유권은 12해리(22㎞)의 ‘영해’와 200해리(370.4㎞)의 EEZ로 정리된다. EEZ는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 모든 자원에 대해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엔 국제해양법상의 수역이다. 하지만 해양 지하자원 매장 가능성이 잇따라 확인되고, 이를 선점하려는 각국의 이익이 충돌하면서 EEZ가 무시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중국이 과거사를 근거로 들며 남중국해 연안 국가들과 EEZ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남중국해에서는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7개국이 중국과 영유권을 놓고 분쟁 중이다. 미국은 중국의 슈퍼 파워를 견제하기 위해 또 다른 ‘주연’으로 이 다툼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일대가 2차대전 이전까지 실효적으로 지배하던 지역이었다는 점을 들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지역을 EEZ로 포함하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연안국가들은 중국의 주장이 억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스프래틀리 군도는 중국, 필리핀, 대만 등 5개국이 인공섬을 조성하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3㎞ 길이의 대형 활주로를 건설하며 군사기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이지스함이 중국의 인공섬 인근 12해리 이내까지 접근, 중국과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던 곳이다.

해저 영토를 둘러싼 각국의 다툼도 치열하다.

해상은 그나마 육지를 기준으로 200해리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해면 아래 대륙붕에는 그런 영역 구분이 무의미하다. 때문에 자국 육지영토의 연장선으로 기준을 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본과 중국 간의 오키노토리 섬 분쟁이다. 일본은 도쿄에서 1740km 떨어진 이곳을 자국의 최남단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섬이라고 부르기도 무색한 이곳을 인공섬으로 확대해 일대를 일본의 대륙붕으로 규정했다. 이에 중국은 오키노토리가 암초에 불과해 영토로 규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중일이 얽혀있는 이어도 역시 대륙붕을 둘러싼 지리한 다툼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어도는 지난 2003년 한국이 종합해양기지를 건설해 실효지배 중이지만 중국은 자국 육지 영토와 대륙붕이 이어져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곳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중정상회담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양국간 해양경계획정 회담을 조속히 재개하자”고 요청해 다음 달부터 양국간 중첩된 배타적경제수역(EEZ) 논의가 곧 시작될 전망이어서 회담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남중국해의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 역시 필리핀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곳이지만 중국은 섬의 지질구조가 중국과 유사하고 중국 대륙붕의 연장선에 있으므로 자신들의 영토라고 내세우고 있다.

350만㎢에 걸친 남중국해 일대에는 28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7500㎦규모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이 제7광구로 지정한 이어도 일대 역시 1000억배럴로 추정되는 원유 매장량으로 중국과 일본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일본이 실효지배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의 속셈도 자원이다. 이 지역의 시라카바 가스전(중국명 춘샤오 가스전)에는 약 9000만 배럴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키노토리섬 대륙붕 주변에는 미래 대체에너지로 손꼽히는 ‘불타는 얼음’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과 중국의 쟁탈전이 치열하다.

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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