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쿨’ vs 어른들은 ‘충격’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국내 대학운동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선 학생이 선거 간담회에서 ‘나는 레즈비언’임을 밝힌 것.

학생들은 용기에 박수와 지지를 보내는 분위기지만, 기성세대들은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며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서울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제 58대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김보미(23ㆍ소비자아동학부) 씨는 전날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사진=헤럴드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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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한 총학생회장으로 기록된다.

김씨는 이 날 오후 7시쯤 진행된 간담회에서 “개인의 성적지향은 사적영역이고 굳이 선거출마를 결심하며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학교생활에서 성적 지향은 필연적으로 언급될 수밖에 없으며 그때마다 사실 그대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그간 커밍아웃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삶과 관점이 바뀌는 경험을 했고 이것은 총학생회장으로서 학교에 불러오고 싶은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또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 모두의 삶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인정되는 사회가 서울대의 모습이자 방향성”이라며 “이것이 오늘 출마와 함께 커밍아웃을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57대 총학생회의 부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다 이번에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서울대 교수 성희롱 및 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행동 학부생 대표,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기구인 학생과 소수자 인권위원회 운영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학내에서 김씨의 이번 선택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학내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는 관련 게시글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당당하고 멋있다” “응원한다”는 등 지지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이 학교의 성적소수자 동아리 ‘큐이즈’는 SNS 계정을 통해 “학내에 산재한 문제와 성소수자임을 밝힌 사람으로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건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며 “용기있는 선택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졸업생인 김나영(31ㆍ가명) 씨는 “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반 성폭력 토론이 많았지만 성적소수자에 대해 논의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며 “총학생회장 후보의 커밍아웃이 서울대 학내에서도 성정체성의 다름을 인정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밖에선 한국 최고의 지성이 모인 서울대에서, 그것도 총학생회장 단일 후보의 커밍아웃이 충격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정체성은 개인의 취향인데 이를 공공의 영역인 대학교 총학생회에서 말할 필요가 있느냐”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 누리꾼은 “커밍아웃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는 할 수 있지만, 단독으로 출마한 후보가 정책간담회에서 개인의 영역인 성적 취향을 밝히는 의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선거는 공공영역인만큼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데다, 폭력을 동반한 공격도 종종 발생하고 있어 총학생회장 후보가 이처럼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밝혀도 되는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학생이 테러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바뀌면서 연예인들도 커밍아웃을 하고 있는만큼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서 관대해진 것 같다”며 “대학생들은 어른들보다 더 개방적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 향후 이런 변화를 더 수용하는 쪽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