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일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최대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부 진전된 방향타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5분부터 11시45분까지 애초 예상된 30분을 훌쩍 넘긴 100분 동안의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통해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한 것은 아니지만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양국 정상 차원에서 협의 가속을 지시한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위안부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를 단호한 어조로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과 일본의 우호관계 회복에 힘썼던 에도(江戶)시대 외교관이자 유학자였던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의 ‘성신지교’를 언급하며 진실과 신뢰에 기초한 한일관계를 강조했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양국관계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뒤 일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과 솔직한 의견교환을 나눴다”면서 “올해는 국교정상화 50주년임을 염두에 두고 가급적 조기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가속화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이 지난해 4월 이후 서울과 도쿄에서 번갈아가며 10여차례에 걸쳐 진행해 온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협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외교채널에서 급을 높여 협의를 진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수석은 “양 정상은 올해가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해당되는 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해 연내 해결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대통령은 앞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년 내 타결돼 피해자분들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상급에서 문제해결의 의지를 확인했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보여주듯이 실무선에서 세부적인 사안을 놓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일은 박 대통령이 지난 6월 “위안부 문제가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밝힐 정도로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일본 정부 차원의 책임 인정과 금전적 배상 등 핵심쟁점에서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또 아베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미래지향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점에서 미래세대에 장애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한일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중인 2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일본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첫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의 방향타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한일관계는 상당기간 냉각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과거사 문제에서 진전이 없다면 양자관계 전반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과거사 문제에서도 전향적 결과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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