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김동률이 3일 연속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꽉 채웠다. 극히 드문 일이다.
관객들은 공연에 엄청난 몰입도와 호응도를 보였다. 김동률이 무슨 말을 해도 들어줄 것 같은 관객들의 표정을 보면서 “가수 할 맛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동률이 여자들을 뿅 가게 하는 기제는 무엇일까? 중저음 목소리 외에도, 머리에 든 게 많은 남자면서 세련되고, 산티와 날라리 티가 전혀 없는 고급 이미지, 조근조근 수줍어하면서도 할 말 다하는 남자... 게다가 김동률은 방송에 출연 안해도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공연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이다. 지상파 권력에 휘둘릴 일이 없다. 김동률과 이승환 같은 이들은 자기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 가수로서 지속이 가능하다. 방송에 얼굴을 안보여주니 ‘복면가왕‘에서 김동률 목소리만 나와도(뮤지) 프레미엄 효과를 봤다. 김동률은 수락하지 않겠지만 김동률이 조근조근하게 진행하는 심야 음악프로그램 하나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동률은 이런 관객들 앞에 총 23곡의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했다. 70인조 오케스트라 반주로 보통 공연에서는 들을 수 없는 사운드를 들려주며 관객들의 귀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명품공연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김동률은 노래만 한 게 아니다. 사이사이 자신의 음악적 열정과 소신을 진정성 있게 밝혔다. 기자는 김동률 공연은 5번 정도 봤는데, 이번에는 특히 토크에 힘이 실린 듯 했다.
“제가 폐쇄적으로 활동하잖아요. 동굴로 들어가서... 저에게 병이 났냐? 이민 가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빚이 있는 지, 결혼을 하는 지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그런 건 절대 아니고요. 가수로서의 가치관을 지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거절해야 하고 상처 주고, 욕먹고, 재수 없다는 소리도 듣지만 가수로서의 소신은 지키고 싶어요.”
“음악 차트는 몇 개 없는데, 가수들이 다들 자기 노래가 1위래요. 요즘은 히트해도 노래듣기가 어렵죠. 옛날에는 노래가 히트하면 어딜 가나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음악이란 뭘까요. 우리는 음악에 빚이 많은 세대잖아요.”
“공연을 많이 했는데도 왜 이렇게 떨리죠. 그런데 떨리는 게 괜찮은 것 같아요. 타성에 젖지 않고, ‘나 잘하는데’가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콘서트를 하면 계속 매진이 되니까 공연을 계속 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늘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노력해요. 무대가 일상이 되고, 노래가 습관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늘 긴장하고 욕심 내면서 하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감사하고 놀랍니다”
‘집돌이’ 김동률은 우리가 방송에서는 볼 수 없지만, 혼자서 음악적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런 음악적 진정성이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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