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쌍용양회공업(이하 쌍용양회)에 대한 매각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매각울 추진키로 한 채권단과 달리 2대주주이자 지난 10여년간 쌍용양회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 온 일본기업 태평양시멘트가 매각 추진에 강력반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양측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채권단은 쌍용양회가 일정부분 경영정상화를 이뤄낸 만큼 조속한 매각을 통해 투자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태평양측은 우선매수권 행사 지위를 갖고 있는 만큼 현 경영진과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태평양은 채권단의 매각 추진 방침이 ‘쌍용양회에 대한 심각한 경영권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주한 및 주일 대사관 등에 채권단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서한을 발송하는 등 한국 정부에 항의할 방침이어서 최악의 경우 통상마찰 조짐마저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화‘된 쌍용양회...채권단-경영진 이견 ‘갈등증폭’=양측간 갈등은 현 시점에서의 쌍용양회에 대한 매각 추진에 대한 적정성 여부로 갈린다. 채권단은 현재 쌍용양회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주력사업인 시멘트 업황마저 호황기여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만큼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에 최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태평양은 이제 막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오른 만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재 보유 중인 쌍용양회의 주식 총 3705만 1792주(46.14%)를 보유하고 있다.
태평양시멘트측 관계자는 “외환위기 직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한국기업 회생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해외 기업이 일본의 태평양시멘트로, 지난 2000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쌍용양회에 총 6650억 원(당시 환율기준)을 투자한 바 있다”면서 “대규모 자금 투자와 동시에 경영에도 직접 참여해 지난 16년간 쌍용양회의 재건과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 낸 상태”라고 강조했다.
태평양의 쌍용양회와의 본격적인 인연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쌍용양회와 오랜기간 교류와 협력을 이어온 태평양은 2000년 당시 외자유치가 시급했던 한국 정부의 긴급한 요청에 의해 쌍용양회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쌍용양회는 1990년 말 쌍용그룹의 자동차사업 등에 대한 투자 실패와 외환위기 여파가 겹쳐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태로, 주 계열사 중 하나인 쌍용양회도 1998년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2700억원의 협조 융자를 받아 1999년 기준 차입금 의존도가 64.6%에 달하는 등 부실화된 상태였다.
태평양측 관계자는 “2000년 9월 한일정상회담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 모리 요시로 총리에게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의 투자를 요청, 당시 쌍용양회 명호근 사장이 함께 수행했다”면서 “당시 쌍용양회 채권단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현 신한은행)과 산업은행은 태평양이 투자하면 쌍용양회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당시 채권단은 쌍용양회의 경영정상화 일환으로 10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일부 투자금에 대해서는 지급보증 이행을 약속하는 등 태평양의 투자를 설득했다. 이에 태평양은 채권단의 다각적인 지원을 조건으로 2000년 9월 쌍용양회에 대해 3650억원(350억 엔, 당시 환율 기준)을 투자하기로 한 지분투자 약정을 맺었다. 이어 같은해 10월 31일 약정에 따른 출자를 이행(신주 7000여만 주 인수)하면서 쌍용양회 지분 29%를 보유, 2대주주로 참여해 공동경영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은 태평양의 쌍용양회에 대한 경영권 인정과 전환사채 인수 등을 통한 채무조정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서면으로 약속했다는게 태평양의 주장이다.
▶채권단, 입장 돌변 ‘약속 불이행’...양측간 1차 충돌= 태평양은 쌍용양회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 직후 채권단은 당초 약조와 달리 태도가 돌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평양측 관계자는 “당시 채권단은 태평양이 (쌍용양회에 대한) 투자금 3650억을 납입한 다음날인 2000년 11월 1일부터 75억원을 제외한 투자금 전액을 채권단의 채무변제 명목으로 사용했다”면서 “이는 쌍용양회의 기업 회생과 정상화를 위해 활용돼야 할 투자자금의 대부분을 채권단이 인출해 간 것으로, 이는 명백한 약정 위반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한 당초 채권단이 서면 약정한 출자전환과 쌍용양회의 정상화를 위한 협력 조치가 전혀 이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채권단이 2000년 11월 3일 ‘부실기업 퇴출판정 결과’ 발표를 통해 “신규자금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쌍용양회를 ‘판정유보’ 기업에 포함시켜 양측간 갈등을 야기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또한 채권단이 약속한 쌍용양회에 대한 채무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약정을 위반한 것으로, 태평양은 당시 이 조치로 인해 투자한지 3일만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채권단, 쌍용양회 존속 명분 추가투자 요구 ’재충돌‘=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은 2000년 12월 말 태평양에 3000억원 규모의 쌍용양회에 대한 추가 투자를 요구하면서 태평양과 또 한차례 충돌했다. 협상 끝에 태평양은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하되 추가 투자의 조건으로 채권단과 2001년 4월 합의를 통해 4개 채권기관이 보유한 쌍용양회 채권액 중 1조1000억원을 전환사채로 채권 조정하기로 약정했다. 아울러 채권단이 쌍용양회에 대한 태평양의 경영권을 보장해주기로 해 3000억원 규모의 전환 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쌍용양회에 대한 추가 투자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양측간 지원 및 추가 투자를 통해 쌍용양회는 5년만인 2005년 11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쌍용양회에 대한 워크아웃 종료를 발표하면서 채권단 보유 지분에 대한 일괄 매각 방안을 추진하면서 양측은 또 한차례 충돌했다. 당시 태평양은 채권단의 행태가 상호 합의한 경영권 보장 약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 반발해 결국 무산된 바 있다.
태평양 관계자는 “당시 채권단의 매각 추진은 상호 약정 위반에 경영권을 위협한 행태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면서 “결국 채권단은 그해 7월 최다채권금융기관실무자 협의를 통해 중단된 바 있다”고 밝혔다.
당시 경영권 확보에 불안감을 느낀 태평양은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할 경우 태평양에 쌍용양회에 대한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일정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이하 ‘우선매수권’)’을 요구해 인정받았다.
▶“경영의지 없다”...채권단 공개매각 추진 ’갈등 극대화‘=지난 8일 산업은행을 비롯한 신한은행, 서울보증 및 한앤코시멘트 등 쌍용양회 매각협의회는 쌍용양회 보유 주식 총 3705만 1792주(46.14%)을 공매입찰 경쟁방식을 통해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협의회는 오는 12일 매각 공고를 시작으로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받는 한편 11월 중 입찰적격자 선정 및 예비실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은 쌍용양회의 현 경영진인 태평양이 경영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산은의)늑장 추진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적지않다”면서 “쌍용양회의 경우 태평양측과 수차례에 걸쳐 협상에 나섰으나, 태평양이 협상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에 채권단이 공개 매각을 추진하려하자 법원에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면서 “공개 매각을 위한 법적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원은 매각협의회가 태평양에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해도 그 자체로 태평양에 경영권 보장을 약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정한 바 있으며, 이를 근거로 채권단은 태평양의 우선매수청구권을 실효시킨 것이 법적 하자가 없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태평양의 반발에도 불구 지난 8일 쌍용양회에 임시 주총을 열도록 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등 총 5명의 시규 선입하는 등 이사진을 14명으로 늘렸다. 아울러 현 쌍용양회 대표이사 등에게 집무실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향후 회의에도 참석금지 조치도 취하는 등 강경일변도로 대처하고 있다.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소송 본격...주일대사관에 서한 등 통상마찰 조짐도=일본기업인 태평양은 채권단이 쌍용양회를 강제 매각 추진키로 한 결정은 상호 신의를 져버린 행태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재 법원에 경영권 유지를 위한 우선매수 청구권 확인소송을 제기, 서울지법 민사17부(사건번호 2015가합556437)에 배정된 만큼 조만간 법적 다툼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주한 및 주일대사관 등에 채권단의 부당한 행태에 대한 내용의 서한을 발송하는 한편 조만간 관련자에 대한 손해배상소송도 검토하고 나서는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상마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태평양 관계자는 “2005년 말 워크아웃 종료와 동시에 채권은행단으로 구성된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는 최근 또 다시 본인들이 인정한 태평양의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침해하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지난 8일 임시주총에서 채권단이 추천한 5명의 이사 추가 선임을 통해 태평양의 쌍용양회에 대한 경영권을 박탈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또 “일방적으로 보유 주식에 대한 공개매각을 진행키로 한 것은 태평양의 우선매수권을 부정하고 2005년 당시 맺은 협의 사항을 무시한 처사”라며 “오직 채권단만의 매각 차익 극대화를 위해 다른 소수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등 주주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쌍용양회는 지난해 2조207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영업이익 1623억원에 순이익 1030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가 상당히 개선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