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 공기업 ‘노조 수용여부 체크리스트’ 살펴보니…

방만경영 공기업 개혁 반발 우려 한국마사회 노조 등 동태파악 가족의료비·주택자금 무이자… 여론 질타 특권 정부안 따를듯

노조 “노사합의사항…또 호들갑” 최종안 나올 9월이후 秋鬪 전망

정부가 부처 산하기업의 공공기관 및 공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노동조합의 반발을 예상, 경영 개선 요구 사항에 대한 수용 가능성 여부를 일일이 확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주요 공공기관 및 공기업 노조는 “정부 구조조정 방안에 노조의 움직임을 원천 봉쇄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11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방만 경영 개선 요구에 대한 노조의 수용 가능성’ 체크리스트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휴가ㆍ육아휴직, 퇴직금, 경조사비, 교육비, 복무, 의료비, 경영인사, 자녀 채용 등 항목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노조의 수용 여부를 사전에 파악했다.

▶수용 가능성 크면 5점, 작으면 1점=정부의 방만 경영 개선 요구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정부는 ▷안식년휴가, 질병휴직 48개월(근속 15년 이상) 부여 등의 폐지 ▷병가 120일에서 60일로 축소하는 안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 또는 퇴직 시 자녀 우선 채용 금지 조항 등은 공기업 노조가 어렵지 않게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공기업 임직원들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각종 특혜에 대해서는 노조 역시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또 ▷가족 의료비 지원 금지 조항 ▷주택자금 및 생활안정자금 무이자 또는 저리 융자 금지 ▷순직 시 산재보상법 이외 추가적인 조의금 1억5000만원 지급 ▷부상 시 30%, 사망 시 100% 퇴직금 가산 금지 ▷병역휴직 시 급여 70% 지급 ▷가족간호휴직 시 급여 90% 지급 ▷형사 구속 시 급여 90% 지급 등의 규정 폐지 등도 노조가 정부안에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노사 합의를 헌신짝처럼 버릴 수야” 노조는 반발=문제는 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이 됐든, 합리화가 됐든 개혁의 칼을 들이대고 있지만 각종 복지 혜택 등은 개별 공기업과 노동조합 간 합의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손쉽게 파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노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 일부 노조의 경우 법적 투쟁까지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오는 9월까지 정부가 최종적으로 방만 경영을 해소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라 9월 이후 주요 공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추투(秋鬪)’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순직 시 유족들에게 장제비 지급을 금지한 조항이나 경조사비 과다 지원 축소, 각종 기념일에 현금성 물품 지급 금지, 중ㆍ고등학생 학자금 폐지 등 공기업 노조원들의 주머니를 얇게 할 각종 금지 및 폐지 조항 등에 대해 노조가 쉽게 양보할 리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공기업 노조 사무국장은 “그동안 정권 초기만 되면 공기업 잡아먹겠다고 나서놓고 이제 와서 마치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무엇보다 노사 합의를 한 상황인데, 이를 손바닥 뒤집듯 노조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방만 경영 공기업 임원진 비상=방만 경영이 만연해 있다고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주요 공기업은 수출입은행 한국마사회 한국거래소 코스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투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다.

정부는 이들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게 방만 경영의 개선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정부는 특히 이들 공기업의 대표가 직접 방만 경영을 챙기고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경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노조와 부딪히는 부분은) 우리도 염려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다만 노사 간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공공기관장들의 역할이고 책임인 만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어 “노사 협상에 실패했다고 기관장들을 경질할 수는 없겠지만 고려 대상이 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허연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