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MH370편)에 도난ㆍ위조여권을 사용해 탑승한 승객 2명에 대한 테러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취약한 항공 보안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년 전 도난 신고가 된 여권을 소지한 승객이 아무 제지 없이 항공기 탑승한 것은 여권 확인절차에 커다란 허점이 뚫렸단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에 도난 여권을 갖고 탄 승객 2명이 소지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국적 여권은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모두 태국에서 분실됐다. 이 여권들은 이미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의 데이터베이스에 도난ㆍ분실 여권(SLTD)으로 등록됐다.

그러나 말레이 항공보안 당국은 이들 2명을 포함한 4명의 승객이 도난ㆍ위조 여권을 들고 여객기에 타는 동안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국제선 탑승객들의 신원 확인 절차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고스란히 노출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말레이 당국은 도난 여권이 인터폴 데이터베이스에 걸러졌다면 출입국심사대에서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밝힌 게 전부”라고 지적하며 “이번 사건은 말레이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비행 전 보안 검사를 엄격하게 하고 있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고 보도했다.

로널드 노블 인터폴 사무총장도 이날 “인터폴 데이터베이스에 오른 도난 여권을 가지고 국제선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이 있다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라면서 “세계적으로 소수의 국가들만 도난 여권을 소지한 사람들이 국제선에 탑승하지 않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인터폴이 여권 도용을 막기 위해 지난 2002년 만든 ‘도난여권 등록시스템’엔 현재 4000만개의 도난 여권이 등록돼 있으며, 한해 평균 8억건이 조회된다. 이 가운데 지난해 확인된 도난 여권만 6만개를 넘는다.

지난해 10억명 이상의 도난ㆍ위조 여권 소지자가 공항에서 발각되지 않고 항공기에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실을 감안하면 인터폴 정보시스템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하지만 인터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지난 9ㆍ11테러 이후 입국 장벽을 높인 미국이 연간 조회건수 2억5000만건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 뒤를 영국(1억2000만건)과 아랍에미리트연합(5000만건)이 잇고 있지만, 그밖에 다른 국가들은 이용빈도가 현격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유럽 국제공항협의회(ACI)의 항공보안부문 대표 데이비드 트렘바초스키 라이더는 이에 대해 “모든 국가가 인터폴과 연계해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원과 돈, 때로는 (정부의)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실종 사태는 위조 여권 사용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아시아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에서 위조 여권 사용이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며 “불법 이민을 목적으로 위조 여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 쉬커 중국 저장(浙江)성 경찰대 교수의 말을 전했다.

이에 대해 홍콩 소재 보안컨설팅사 SVA의 스티브 비커 최고경영자(CEO)도 “최소 2명이 동시에 훔친 여권을 들고 한 비행기에 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주목했다. 그는 지난달 아시아 보안 당국들이 도난 여권이나 여행서류들에 대해 엄중 단속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한편 말레이와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은 실종 여객기의 탑승객 2명이 도난ㆍ위조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8일 착륙지인 베이징에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KLM 항공편을 예약했다. 이후 이탈리아인 여권 소지자는 덴마크 코펜하겐으로,오스트리아인 여권 소지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갈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당국은 “혐의자 명단 모두를 알고 있으며, 이는 정보기관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특히 이들 혐의자 외에 전체 승객의 명단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해 테러 가능성에 대한 수사가 본격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인터폴도 서류 조사 결과 앞서 확인된 2명 외에 의심스러운 여권을 추가로 발견해 수사 중이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