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텐슈타인 왕국의 차세대 로열 패밀리

유럽의 왕자들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이들을 꼽으라면 단연 리히텐슈타인의 알로이스 왕자, 막시밀리안 왕자 형제를 들 수 있다. 입헌군주국이라는 점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같지만 정치적 실권을 지니고 있는 알로이스 왕자, LGT은행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경제적 힘을 지니고 있는 막시밀리안 왕자는 상징적 의미에 머무르는 다른 유럽 국가의 왕자들과는 다르다.

▶정치적 힘, 장남 알로이스 왕자=아직 군주의 자리에는 한스 아담2세가 있지만 정치적 업무와 권력의 상당 부분은 알로이스 왕세자에게 넘어 갔다. 정치에 간섭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받는 여타 왕자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거부권’이다. 시그바르 월웬드 민주주의 지지 운동가는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알로이스 왕자는 의회, 심지어 국민들이 내린 결정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정부와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의견까지 배척할 수 있는 강력한 왕자의 권력을 뒷받침해주는 세력은 역설적이게도 국민들이다.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알로이스 왕자의 거부권 행사의 인정 여부를 두고 시행된 국민투표에서 76%의 국민들이 거부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데에 표를 던졌다.

왕자의 강력한 힘만 확인시켜준 셈이 된 당시의 국민투표는 낙태 금지 법안 완화에 대한 논란에서 촉발됐다. 인구의 90%이상이 가톨릭인 리히텐슈타인에서는 낙태가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관련 법을 다소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알로이스 왕자는 개정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고, 이것이 왕자의 권한에 대한 정당성 문제로 이어진 것이다.

▶경제적 힘, 차남 막시밀리안 왕자=형이 정치 권력의 중심에 있다면 동생은 경제 권력으로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 LGT은행의 CEO인 그의 손끝에 은행과 왕실의 재정 상황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CEO직을 맡아온 만큼 올해로 왕실 은행 경영만 10년차를 맞은 베테랑 경영인이다.

왕자라는 이유로 실력도 없이 얻은 자리가 아니었다. 타고난 지위 뿐만 아니라 탄탄히 쌓아 온 경력이 힘의 원천이 됐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EBS)에서 수학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 학위도 받았다.

풍부한 실전 경험도 거쳤다. 뉴욕에 위치한 체이스 캐피탈에서 근무 후 인더스트리 캐피탈에서도 2년간 일했다. 2003년에는 JP모건 독일지사의 경영도 맡았다. 그로부터 3년 뒤 왕실 은행 경영 일선에 뛰어 들게 된다.

그러나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08년에는 탈세 조사에 나선 독일 연방정보기관이 철옹성으로 유명했던 LGT은행의 예전 직원을 매수해 고객 정보가 대거 유출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 때문에 유력한 고객들이 일순간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수민 기자/sm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