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만도대표 연임반대’ 무위로 끝났지만
국민연금 반대 불구 만도 신사현 대표 연임안은 통과
투자이익보다 경영간여 목적 의혹 기업들 중장기전략 차질 우려
국민연금과 만도의 2라운드 실력 대결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애초 투자자로서의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기업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크다. 다수 기업이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투기자본으로부터의 경영권을 지켜온 경험은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이다. 정부의 영향력도 강하다. 자칫 국민과 정부를 상대로 대립각을 세워야 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최대주주인 한라그룹이 선임한 최고경영자(CEO) 후보는 신사현 만도 부회장이다. 신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출에 반대한 국민연금 지분은 13.12%다. 지난해 4월 만도의 한라건설 유상증자 우회참여 반대 때(9.7%)보다 1년 새 3.42%포인트나 높아졌다. 그래도 만도 측 지분 25.08%(2월 26일 현재)에는 한참 못 미친다.
결국 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은 59%의 주주가 참석해 이 가운데 72%의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순수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늘렸다면 그럴 수 있지만, 현재 최대주주의 의사 결정에 제동을 걸 실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지분을 높였다면 문제는 달라진다”고 경계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지난달 22일 공개한 지난해 말 기준 주요 기업 지분 현황을 보면 10% 이상 대주주인 곳이 34곳, 5~9.99%인 곳이 97곳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삼성전자 지분만 7.43%다. 삼성생명(7.57%)에 근소한 차로 단독 2대주주다. 제일모직처럼 아예 단독으로는 최대주주인 곳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연금기금의 국내 주식투자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84조4668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 국내 주식투자액은 2010년 말 55조원에서 3년도 안돼 30조원이 늘었다. 43조원은 직접 운용해 소유주가 국민연금으로 명기되지만, 위탁을 맡긴 41조원은 다른 위탁기관의 명의 아래 가려져 있다.
게다가 지분변동 현황도 제때 파악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특정기업의 지분을 5% 이상 가진 기관과 개인은 1% 이상 변동이 있을 경우 지분을 10% 이상 가진 기관과 개인은 단 1주라도 매매하면 이 내용을 5일 안에 밝혀야 한다. 국민연금은 공익적 자금이라는 이유로 의무를 면제받았다.
한 국내 대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장기 경영전략 아래 이뤄진 이사회 판단과 국민연금의 시각이 다를 경우에는 의사 결정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면서 “공적연금인 만큼 재무적 투자자(FI)로서 참여한다면 괜찮지만, 경영에 간여하는 전략적 투자자(SI)로 바뀐다면 상당한 경영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홍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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