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22일 1차 10시간, 23일 2차 33시간 등 모두 43차례 피말리는 협상끝에 공동보도문을 이끌어낸데는 우리측의 끈질긴 설득도 주효했지만, 북한의 협상타결 의지도 어느때보다 절실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북한은 협상 도중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의가 전개되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 일쑤였지만, 이번에는 진지하게 치열하게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판’ 자체를 깨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북한 대표단이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협상이 끝나면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비서가 처벌이나 숙청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분석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접촉에서 북한측 대표들이 판을 깨지 않고 죽기살기식으로 협상한 임한 것도 북한 대표단의 절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자신들의 ‘최고존엄’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체면을 철저히 훼손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또 철저한 주체사상 교육을 받고 최전방 부대에 입대한 북한 군인들의 사상을 크게 동요시킬 수 있는 확성기 방송이 종국에는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북한 정권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사소하게는 ‘오늘의 날씨’부터 깊숙하게는 북한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소식까지 거침없이 내보내는 방송 내용에 최전방에 근무하는 북한군 신세대 병사들이 크게 동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오후 5시부터 재개된 확성기 방송은 하루에 8시간 정도 진행됐다.

방송 내용은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홍보’, ‘대한민국 발전상 홍보’,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한사회 실상’의 4부분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북한사회 실상에 관한 것이 가장 핵심이다. 북한의 내부 소식 뿐 아니라 북한 인권 탄압 실태와 인권의 중요성까지 방송으로 내보냈다. 그래서 북한엔 쥐약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 군이 최근 내보낸 대북 확성기 방송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만 3번 방문했지만 김정은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외국 방문을 못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해외에서도 칭송받는 걸출한 지도자로 묘사하는 북한 매체의 선전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물론 김정은의 직책은 생략한 채 이름만 나갔다.

남한에서 유행하는 대중가요를 틀어주며 북한군 장병의 마음을 흔든 것도 확성기 방송의 위력으로 꼽힌다. 최근 대북 확성기가 내보낸 노래는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 노사연의 ‘만남’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 소식통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1명 이상의 여성 탈북민이 부분적으로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이 탈북민은 주로 자신의 탈북 경험담과 남한 사회에서의 생활을 들려주는 방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북 방송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던 북한은 탈북민까지 투입된 대북 방송 재개를 더욱 위협적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도합 43시간 동안 펼쳐진 이번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는 북한측 대표단의 요청에 따라 수차례 정회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짧게는 10분부터 3시간까지 정회가 이어지기도 했다. 협상 분위기도 롤러코스타를 탄 것처럼 위태위태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북한내 권력서열 2위의 인물인 만큼 그에게 지시를 내린 인물은 당연히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제1위원장이다. 협상은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비서가 참석해 2대2 형식으로 진행되거나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남측 김관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만나는 수석대표간 회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회담 과정에서 양측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북측이 때때로 고성을 지르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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