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유서의 글자를 본인 날인없이 고쳤더라도 단순히 오자를 정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한숙희)는 거액의 유산을 남기고 사망한 A 씨의 자녀 3명이 “아버지의 유언은 무효”라며 다른 자녀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슬하에 6명의 자녀를 둔 A 씨는 2011년 150억원대의 부동산과 예금을 남기고 사망했다. A 씨가 자필로 남긴 유서에는 50억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10억원대 아파트를 둘째 딸에게 물려주며, 그 외 나머지 재산은 둘째 딸을 포함한 3명의 딸에게 균등분배하라고 적혀 있었다.
이에 유산을 하나도 나눠받지 못한 3명의 자녀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A 씨가 유서에서 둘째 딸에게 남긴 아파트 주소와 유서 작성 날짜를 일부 삭제하거나 변경했는데 해당 부분에 본인 날인이 없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민법 1066조 2항은 “(유서에)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을 함에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하고 날인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유서의 위ㆍ변조를 막고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해 법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규정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서의 효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유서의 삭제ㆍ변경된 부분은 오자를 정정한 것으로서 삭제ㆍ변경 전후의 의미를 명백히 알 수 있을 뿐더러 재산 배분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이런 부분까지 날인이 없다고 해서 유언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유류분 침해 사실을 인정해 A 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자녀 3명에게 23억8000여만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