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산페드로데아따까마(San Pedro de Atacama)에서 깔라마(Calama)로 간다. 세계 최대의 광산 도시인 깔라마에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Santiago)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남미는 대륙이라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다. 이곳에서 산티아고까지는 버스로 24시간이 걸린다. 꼬박 하루를 이동해야 한다.
깔라마로 와서 산티아고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큰 배낭은 짐표를 받고 짐칸에 넣는다. 짐표를 분실하면 나중에 짐 찾기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짐을 잘 잃어버리게도 된다는 남미라 이런 시스템이 고맙다. 어쨌든 짐표만 잘 보관하면 된다. 장거리 이동시에는 버스안에서 자다 일어나 보면 발밑에 둔 작은 배낭을 분실하는 일도 잦다고 한다. 이래저래 짐은 짐이다. 여행 중에 들었던 배낭을 잃어버린 경험자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누구나 짐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모든 걸 다 잃은 듯 괴로웠다고 한다. 여행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배낭이나 캐리어에 다 들어가 있으니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배낭의 무게가 삶의 무게라고도 한다. 일단 배낭을 잃어버리고 나서 돌이킬 수 없음을 인지하게 되면 모든 게 단순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필요한 것들을 지고 다녔다는 자각이 들고, 다시 장만하는 배낭은 크기도 작아지고 그 안의 짐도 가장 필요한 것으로만 채우게 된다는 이야기다. 나도 이쯤에서 마음을 비우고, 아이패드와 다이어리와 카메라가 있는 작은 배낭만 꼭 안고서 간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겨도 복대안의 여권과 비상금만 있으면 된다.
버스는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고 승무원이 과자와 차를 서빙하는 쾌적한 시설의 이층버스다. 기차처럼 일어나 움직일 공간이 없으니 기차와는 다른 느낌이다. 내 좌석은 일층이 아니라 이층이라 창밖을 내려다보는 재미도 있다. 칠레의 낯선 풍경을 보면서 24시간을 이동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버스는 남북으로 긴 나라 칠레의 북쪽에서 출발해서 남쪽으로 가고 있다. 칠레 지도를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남쪽으로 계속되는 곧은 직선도로를 운전하는 기사들은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을까 싶다. 졸다가 눈을 떠보면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사막지대를 지나고 있고 또 정신 차려 보면 해변의 화려한 도시에 정차하기도 한다.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지루하지는 않다. 풍경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든 승무원이 가져다 준 간식을 챙기고 있든,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든,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든, 잠을 자고 있든 여하튼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물론 버스 보다는 기차가 훨씬 낫긴 하지만 이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고달픔이다. 경험의 형태나 깊이란 사람마다 다르니 정량화할 수는 없겠지만, 길 위에서 경험한 수많은 것들이, 오늘 버스에서의 하루를 감당하게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칠레의 낯선 풍경들은 창밖을 스쳐 지나가고, 24시간의 절반은 잠에 취해 흘러간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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