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 오는 4월 서울 잠실 체조경기장에선 외국인 1만명을 대상으로 한 패밀리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외국인 1만명을 잠실벌 한자리에 모으는 곳은 정부도 아닌 일개 기업이다. 롯데면세점이 지난 2006년부터 총 16차례 개최한 패밀리 콘서트엔 내외국인 포함해서 총 29만5900명이 다녀갔다.

‘한류 관광’의 첨병 면세점 업계가 제2 내수시장 창출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류스타를 내세운 한류 마케팅은 기본이다. 뮤직비디오와 단편영화, 관광 가이드북까지 외국인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것에는 모두 손을 댄다. ‘가는 손님 붙잡지 않고, 오는 손님 마다하지 않는다’는 면세점 업계의 암묵적인 말은 유독 한국에서만 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마케팅 불모지(?) 면세점…마케팅을 입다=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TFWA(Tax Free World Association)가 주최한 중국 면세 및 여행 소매업 마켓 콘퍼런스에 참석한 국내 면세점 업계 관계자들은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면세점 업계의 마케팅 노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세계 굴지의 면세점 관계자가 “우리는 중국 관광객을 위해 플래카드를 내걸었습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국내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 면세점들의 마케팅 방법이 궁금하던 차에 고작 플래카드 얘기를 하는데 어이가 없어 실소를 금치 못했다”며 “외국인 관광객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마케팅 방법을 동원하는 국내 면세점들과는 생각이 다르더라”고 말했다.

롯데, 신라 등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글로벌 면세점 마케팅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한류 마케팅이다. 한류 마케팅의 원조는 지난 2004년 롯데면세점이 ‘겨울연가’ 배용준을 모델로 전격 기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롯데면세점 잠실점에 오픈한 ‘배용준 샵’은 한 달 만에 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잠실점 전체로는 전년 대비 250%의 기록적인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패밀리 콘서트, 스타 팬미팅, 해외 로드쇼도 모두 면세점 업체들의 작품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총 16회에 걸쳐 ‘패밀리 콘서트’를 열었다. 그동안 출연한 가수들만 해도 임재범, 싸이, 신승훈, 이승철 등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과 2PM, 빅뱅,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K-팝 스타들까지 4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엔 장근석과 김현중 등 롯데면세점 모델들이 총 11회 팬미팅을 진행해 약 1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다녀갔다.

신라면세점 역시 빅토리아와 동방신기를 모델로 기용해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특히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에서 1번을 누르면 빅토리아가 새해 인사를 하는 등 중국 고객들과 활발한 소통을 통해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으며, 웨이보엔 한류와 한국여행 코스 등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은 콘텐츠를 매일 올리고 있다.

▶공격 마케팅에 외국인 구매력도 ‘UP’=국내 면세점 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백화점 등 내국인을 상대로 한 쇼핑카드, 기프트카드 등도 국내 면세점 업체들의 주요 공격 무기가 되고 있다. 상품을 일정액 구입할 경우 고작 택시비 등을 할인해주는 외국 면세점 업체들과는 차원부터 다르다.

신세계그룹이 이달 한 달간 총 1300세트(100만원 100세트, 500만원 300세트) 한정으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호텔, 면세점, 프리미엄 아울렛 등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쇼핑ㆍ관광 관련 전 시설의 이용 혜택이 담긴 ‘신세계 기프트카드 부산패키지’를 내놓은 것도 이의 일환이다. 신세계는 이 기프트카드로 부산의 올해 외국인 관광객 300만명의 20%가량에 해당하는 6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매 금액에 따라 증정하는 쇼핑카드와 쿠폰 등도 외국 면세점 업계에선 찾아볼 수 없는 한국 면세점만의 마케팅 방법”이라며 “글로벌 면세점 업체들도 한국의 공격적인 마케팅에는 혀를 내두르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내 면세점 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평균 지출액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경비는 2008년 1219달러에서 2010년 1298달러, 2011년 1409달러를 기록하다가 2012년엔 1529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12년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은 평균 1951달러에 달했다.

시내면세점의 경우 외국 관광객의 매출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07년 외국인과 내국인의 시내면세점 이용현황을 보면 외국인이 쓴 돈은 6억100만달러(41.4%), 내국인 8억5100만달러(58.6%)이던 것이 2008년에는 외국인이 7억6200만달러(50.8%), 내국인 7억3700만달러(49.2%)로 역전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면세점 이용도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0년 817만명에서 2011년에는 987만명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엔 무려 1200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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