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이케아, H&M, 볼보, 잉그리드 버그만, 아바, 삐삐…’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웨덴산(産)이다. 그 가운데 한국에서 ‘말괄량이 삐삐’로 번역된 동화 ‘삐삐 롱스타킹’은 성(性) 역할의 전형성을 깬 작품으로 평가된다. 자유분방하고 씩씩하며 힘이 넘치는 주인공 ‘삐삐로타 빅투알리아 룰가디나 크루스뮌타 에프라임스 도텔 롱스트룸프’는, 1945년 첫 창조된 이래 자라나는 세대에게 사회의 통념에 저항하고 독립적인 길을 가라고 가르쳤다.이러한 삐삐를 창조한 나라 답게 스웨덴의 양성 평등 수준은 높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세계 남녀 평등지수 순위에서 스웨덴은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여성의 경제참여비율은 80%를 육박한다. 의회 내 여성의원 비율은 45%로 세계 6위다. 스웨덴 왕실도 여권 신장에 한 몫 거든다. 1980년에 왕위계승법을 수정해 유럽 왕실 최초로 아들, 딸 구별없이 첫째 자녀에게 왕위를 계승하는 원칙을 세웠다.▶“스웨덴을 위해 시대와 함께”=스웨덴 왕실은 다른 유럽 왕실과 달리 큰 사고를 치지 않고 정치에서도 엄정한 중립성을 지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0년 칼 구스타프 16세(69)의 섹스스캔들을 폭로한 책이 발간됐다. ‘칼 구스타프16세 -왕이 되고싶지 않은 왕’이라는 이 책은 국왕이 과거 난교파티를 벌이고 유명가수와 불륜을 저지른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그 해 큰 딸 빅토리아(38) 왕세녀가 세계적인 결혼식을 올려 세간의 관심을 돌려 국왕을 구했다. 그리고 2012년 빅토리아 왕세녀가 공주 에스텔을 낳았고, 지난 해와 올 해에는 국왕의 막내 딸 마들렌(33) 공주가 공주 레오노와 왕자 니콜라스를 잇따라 출산하는 경사가 이어졌다. 왕위 계승 1, 2위인 빅토리아와 에스텔 모녀의 인기, 이후 살아난 경제 덕분에 왕실은 본래의 권위를 되찾았다.1973년에 왕위에 올라 43년째 군림 중인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은 알고보면 꽤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다. 즉위 직후 1544년 이래 써오던 국왕의 호칭 ‘By the Grace of God, King of the Swedes, the Goths/Geats and the Wends(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스웨드, 고트 및 기츠, 웬드의 왕)’을 ’King of Sweden(스웨덴 왕)’으로 줄여버렸다. 1976년에는 평민 출신과 결혼해 화제를 낳았다. 뮌헨올림픽에서 3살 연상의 브라질계 독일인 통역사 실비아 좀멀라트, 현 왕비를 만난 것이다. 결혼 뒤에는 둘째이자 아들 칼 필립 왕자를 낳은 지 7개월만인 1980년에 장녀를 후계자로 정한다.▶스웨덴版‘노팅힐’&‘귀여운 여인’=귀천상혼(貴賤相婚)을 엄격히 금지하던 가풍을 이미 국왕이 깨면서 국왕의 세 자녀는 자유연애를 즐겼다. 빅토리아 왕세녀, 필립(36) 왕자, 마들렌 공주는 모두 평민과 혼인해 남녀 신데렐라들을 배출했다. 그 중 빅토리와 왕세녀와 결혼한 다니엘 웨스틀링은 체육 강사를 하다 공주와 만나 일약 왕자 직위를 얻었다. 빅토리아 왕세녀가 앞으로 국왕으로 즉위하면 스웨덴의 70번째 군주, 1720년 이래 왕실 사상 세번째 여왕이 된다.바람둥이로 알려진 필립 왕자를 붙잡아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탄 이는 리얼리티쇼에 출연한 세미 누드 모델 소피아 헬크비스트다. 필립 왕자는 부친을 닮아 자동차, 스포츠를 좋아하고 미술에도 재능을 보였다. 그는 1999년 광고회사 직원 엠마 페르날드와 10년 가까이 사귀다가 헤어지고 , 2010년에 헬크비스트와 염문설을 뿌렸다. 둘이 이미 뉴욕을 함께 여행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왕실이 헬크비스트를 좋아할 리 없었다. 하지만 둘은 지난 6월13일 스톡홀름 왕실 교회에서 결혼에 성공했다. 누나와 동생의 결혼식에 유럽 왕족들이 대거 참여했던 것과 달리 필립 왕자의 결혼식 하객은 조촐했다고 전해진다. 순백의 드레스로도 신부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가릴 수 없었다는 보도도 나왔다.헬크비스트 왕자비는 결혼 한달만인 지난 14일에 38세를 맞은 빅토리아 왕세녀 생일 축하 행사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 날 옆에 앉은 마들렌 공주와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등 왕실에 적응을 끝낸 모습이었다. 한편 이 날 빅토리아 왕세녀와 모친인 실비아 왕비는 흰색 보닛과 붉은 색 치마 등 스웨덴 전통의상 차림으로 눈길을 끌었다.저출산 국가인 스웨덴은 자녀 출산 전후로 450일 간의 출산 및 양육 휴가와 월급의 80%를 수당으로 지급한다. 부부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니엘 왕자도 에스텔 공주를 손수 키우기 위해 육아휴직을 썼다. 빅토리아 왕세녀 부부는 딸을 공립 보육시설에 보내 스웨덴의 보통 아이처럼 키우고 있다.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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