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금 무효’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두 최고 권위 사법기관이 곤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두 기관 간 수차례 ‘최종 사법결정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어도 최근 10여년간 ‘평화’를 유지했는데, 이번에 변협이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따라 헌재 사건 심리를 앞두고 매우 난감해진 것이다.

법원 확정 판결을 갖고 헌법소원을 내는 것은 헌법재판소법 68조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헌재의 ‘(한정) 위헌’ 결정이 난 법률을 근거로 법원이 재판을 했을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던 두 기관의 갈등 양상은 대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난 법률을 근거로 판결해 헌재 결정을 무력화시키거나, 헌재가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려 대법원의 심기를 건드리는 식이었다.

두 기관의 신경전은 1990년 헌재가 대법원 소관인 법무사법 시행규칙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1996년에는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한 옛 소득세법 23조2항에 대해 대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6년만에 이뤄진 대법원의 역공으로 비쳐졌다.

헌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듬해인 1997년 이 사건 대법원 확정판결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헌재 결정에 반하는 법원 판결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양측의 냉기류는 한동안 이어졌고, 2000년 최종영 대법원장과 김용준 헌재 소장이 전격 회동해 해결책을 마련해 보려고 시도했으나, 흔한 인사치례를 뛰어넘는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2001년에는 대법원이 국가배상법 2조에 대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근거로 낸, 한 사건관계인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 위헌 결정은 따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당시 헌재는 입장표명을 자제했다.

전면적인 것이 아닌 ‘한정’ 위헌이기에 대법원도 할 말이 있고, 헌재도 굳이 대결 국면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당시 이뤄진 헌재의 한정 위헌, 대법원의 재심청구 기각 모두 유효한 것으로 인정됐다.

두 기관의 평화는 그 후로도 10여년간 이어졌다. 2013년 4월에는 박한철 헌재소장이 대법원을 방문해 양승태 대법원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다시 ‘뜨거운 감자’를 받아든 헌재는 심사숙고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외에도 법원판결에 대해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을 내지 못하고록 규정한 헌재법 68조도 위헌심판대에 올랐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변협이 낸 2건의 헌법소원 중에는 입법부 입법활동을 통해 이뤄내야 할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도 볼 수 있고, 헌재가 전권으로 쟁점 사항을 모두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에, 헌재가 어떤 쪽으로 가닥을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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