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보 줄테니 연락처 알려달라 떴다방 업자 감언이설에 정보제공 광고전화와 문자에 밤낮 시달려

강남권 거주자 정보 ‘부르는게 값’ 묻지마 광고에 투자피해 눈덩이 부동산도 개인정보 불법유통 ‘적신호’

#. 지난해 10월 서울의 A아파트 분양현장.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가족과 함께 견본주택을 방문한 회사원 김 모(37)씨에게 한 떴다방(이동식중개업소) 업자가 따라 붙었다. 그는 김씨에게 종이와 펜을 건네며 이름과 연락처, 사는 곳 등을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김씨에게 ‘투자냐 실거주냐’ 등을 따져물은 업자는 그에게“좋은 정보를 주겠다”는 립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김씨는 내심 떨떠름했지만, 청약 당첨이 중요했던 시점이라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 후 김씨는 A단지 청약에서 떨어졌지만, 분양업자들의 광고전화와 문자에 지금껏 시달린다.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을 매입하라는 전화도 걸려왔다. 그가 “내 이름과 번호를 어찌 알았냐”고 따져 물어보면 ‘기억을 못하시나본데, 그때 현장에 오셨다’고 둘러댔다. 김씨는 “부동산업자들이 본적도 없는 분양현장을 가봤다고 우기면서 호객행위를 하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김 씨의 경우처럼 당사자의 동의없는 개인정보가 부동산 분양시장의 청약자 집객ㆍ미분양 마케팅 등에 무차별 유통되고 있다.

▶오더수집 유형 다양…가격도 제각각=분양대행ㆍ시행업계 등에 따르면 가장 흔한 오더수집 유형은 견본주택을 이용하는 경우다. 부동산업자가 떴다방 부스을 방문한 예비청약자를 상대로 동의없이 정보를 받은 뒤 이를 유통시킨다. 지난해 6월 위례신도시 분양현장을 찾았던 한 모(41)씨는 “떴다방은 한 군데를 들렀는데 3곳에서 줄줄이 전화가 걸려와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모인 정보는 전통적으로 최근에 입수된 것일 수록, 또 부자동네로 소문난 강남권 거주자의 정보일 수록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3년 전부턴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3구에 한정된 ‘강남권 거주자’의 범위가 강동구까지 확대됐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둔촌ㆍ고덕 등 재건축단지가 생기면서 이쪽 거주자의 ‘몸값’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분양업자 사이에선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등 고급단지가 들어선 광진구 거주자 정보도 선호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가격대는 없지만 ‘부자들 정보’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업자들은 귀띔했다.

심지어 20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보유한 분양상담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정보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정보 중엔 최근 해킹당한 ‘부동산114’등 정보업체 홈페이지 회원정보가 섞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신용카드사와 담합해 빼낸 개인정보를 계약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경기 광교신도시의 B오피스텔 분양업자는 2011년 분양 당시 C카드사의 VVIP고객 오더를 받아 계약 30건을 성사시켰다. 이같은 오더는 보통 건당 수백만원을 받고 유통된다. 당시 인근 현장의 한 분양 관계자는 “(분양업자가) 신용카드사 직원에게 건넨 수수료는 계약 한 건당 100만∼200만원 선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스팸부터 2차 피해까지…해결책 없나=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도 상당하다. 실제 지난해 말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분양한 R아파트 입주 예정자 D씨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동의없이 부동산업자에게 유출돼 다량의 스팸문자를 받고 있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넣었다. 강동경찰서는 해당 업자를 상대로 입주 예정자들의 정보가 새나간 경위를 조사중이다.

분양사기 등 2차 피해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께 수도권 인근 한 대학캠퍼스 인근 원룸 분양이 유행하는 과정에서 ‘묻지마’ 광고 메시지를 믿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 인근의 한 분양관계자는 “신혼ㆍ은퇴자부부 등이 그런 업자들의 먹잇감이 됐다”고 말했다.

현행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거래신고 외엔 개인정보 제3자 제공시 별도 동의가 필요하다. 거래요청자의 연락처도 동의없이 제3자에겐 줄 수 없다.

이에 따라 최근 견본주택 분양현장에선 개인이 동의한 정보만 수집해 마케팅하는 등 자율적인 자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현장에선 여전히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영업활동에 이용하는 불법적인 관행이 여전하다.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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