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르스(MERS) 사태는 홍콩 사스(SERA) 사태의 데자뷰다. 그러나 대응은 달랐다.

12년 전 사스가 몰아쳤던 홍콩도 지금 우리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3년 2월21일 홍콩에 온 중국 의사로부터 촉발된 사스는 초기에 병명도 알려지지 않은데다, 한 아파트에서 200명 넘는 감염자가 발생해 공포가 극에 달했다. 외국인관광객이 급감하고, 시민들이 외출을 삼가고 소비를 하지 않자 경제는 급격히 위축됐다.

홍콩 정부의 대응은 신속하고 강력했다.

초기 방역에 주력하던 홍콩 정부는 사스가 한창이던 4월22일 행정수반이 직접 나서 118억 홍콩달러 규모의 대규모 경제 구제책을 발표했다. 또 10억 홍콩달러 상당의 캠페인 예산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범국가적 기구 ESRG(Economic Relaunch Strategy Group)와 ERWG(Economic Relaunch Working Group)를 5월12일 발족시켰다. 재정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정부, 학계 그리고 홍콩상공회의소, 호텔업협회, 소매경영협회 등이 일원으로 참여한 ERSG는 6개 정부 부처로 구성된 ERWG와 함께 사스 이후 홍콩의 안전성을 대내외에 홍보하고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홍콩으로 오세요”=홍콩 정부는 먼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질병관리본부(CDC)가 여행경보를 해제한 후 유럽, 아시아, 호주, 미국의 주요 신문에 홍콩 방문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광고를 순차적으로 게재했다. 또 홍콩이 사스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했다는 메시지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시민 참여를 통한 국제엽서 보내기 캠페인 ‘Hello from Hong Kong’과 무료 국제전화 이벤트 ‘Free IDD Calls Day’를 전개했다. 사스 종식 이후에는 아시아 10개국 문화장관회의를 포함한 각종 국제회의와 문화행사를 여는 한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를 초청해 친선경기를 갖는 등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도 개최해 사스 완전 탈출을 대내외에 지속적으로 알렸다.

아울러 민간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내수 진작 캠페인도 진행했다. 세계보건기구가 홍콩을 사스 감염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다음 날인 6월24일부터 관광업연합과 소매업연합이 ‘We love Hong Kong’ 캠페인을 전개했다. 내외국인의 홍콩 내 소비 촉진을 목적으로 전개된 이 캠페인은 주요 관광지, 호텔, 음식점, 소매점 등 총 2500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 소비자들에게 각종 할인 혜택과 경품을 제공했다. 또 홍콩호텔협업회가 6월26일부터 3개월 동안 호텔요금을 50% 할인해 주거나, 2박 이상 숙박할 경우 1박을 무료로 제공하는 ‘Be My Guest’ 캠페인을 열어 외국관광객 유치에 힘을 보탰다.

홍콩관광청도 민간이 주도하는 캠페인과 연계해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했다. 먼저 세계관광기구 포럼이 시작됐던 7월13일부터 두 달간을 ‘Welcome Month’로 명명하고, 항공과 숙박을 포함한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1000만 홍콩달러에 달하는 경품행사도 준비해 외국관광객들을 유인했다. 또 Welcome Month 가운데 날인 8월17일을 ‘Welcome Day’로 정해 전 세계 언론인과 여행업계 관계자를 대거 초청해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이와 함께 ‘Hong Kong Welcomes You!’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글로벌 광고캠페인을 전개하는 한편 홍콩 관광업계와 공동으로 해외 28개 도시에서 대규모 로드쇼를 열었다.

이 밖에도 중국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7월28일부터 개별방문제도를 시행했고, 관광서비스인증제도인 QTS(Quality Tourism Service)도 도입해 관광서비스 품질 향상을 도모했다. 이런 다양한 노력에 힘입어 사스 발발 이후 4개월 동안 큰 폭으로 떨어졌던 외국관광객 증가율이 8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됐으며, 2004년에는 전년대비 40.4%라는 기록적 증가율을 달성했다.

◀ 홍콩은 지난 2003년 사스(SARS) 발생 이후 신속하고 강력한 관광 활성화 대책으로 경기 침체를 성공적으로 벗어났다. 홍콩국제공항 내에 설치된 ‘Hong Kong Summer Fun Festival’ 이벤트 부스에서 외국인관광객들이 경품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 홍콩은 사스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매체에까지 홍콩을 홍보하고 방문을 유인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Hong Kong Summer Fun Festival’ 이벤트 버스랩핑 광고가 실린 버스가 홍콩 시내를 달리고 있다.
◀ 홍콩은 지난 2003년 사스(SARS) 발생 이후 신속하고 강력한 관광 활성화 대책으로 경기 침체를 성공적으로 벗어났다. 홍콩국제공항 내에 설치된 ‘Hong Kong Summer Fun Festival’ 이벤트 부스에서 외국인관광객들이 경품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 홍콩은 사스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매체에까지 홍콩을 홍보하고 방문을 유인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Hong Kong Summer Fun Festival’ 이벤트 버스랩핑 광고가 실린 버스가 홍콩 시내를 달리고 있다.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홍콩의 관광정책=올해 6월15일부터 8월31일까지 홍콩관광청 주관으로 실시중인 ‘Hong Kong Summer Fun-SHOP, EAT, PLAY’ 캠페인도 눈여겨볼 관광 유치 캠페인이다. 이번 캠페인은 지난해 ‘우산혁명’이라 불리는 민주화 시위와, 올초 중국 보따리상 반대 시위 여파로 외국관광객 증가율이 감소세로 돌아서자, 정부예산을 추가로 지원 받아 진행중이다. QTS협회, 홍콩호텔협회, 외식산업협회, 레스토랑연합, 소매경영협회 등이 대거 참여해 외국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항공, 호텔, 관광지, 음식점, 쇼핑 등에서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사상 최대 규모의 경품행사를 준비해 외국관광객들의 홍콩 방문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먼저 입국하는 외국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경품이벤트 ‘Instant Mega Draw’를 개최해 총 4억 홍콩달러 상당, 250만개의 경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응모자 전원에게 7일간 무료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패스와 VIP 카드를 증정한다. 또한 외국관광객들이 출국할 때 ‘Return to Hong Kong like a Millionaire’ 경품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총 10명의 당첨자에게 동반 1인을 포함하여 홍콩행 비즈니스항공권, 5만 홍콩달러 상당의 유니온페이 카드(Unionpay Card)와 고급호텔 숙박권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CNN, BBC, 내셔널지오그래피 등 글로벌 매체에 TV 광고를 실시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와 대만 등에서 PR 이벤트를 개최하는 한편 언론매체와 블로거를 초청해 팸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 관광산업은 메르스 사태 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6년 동안 두 자리 수 성장세를 유지하던 외래관광객 증가율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다. 중국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대던 명동과 동대문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가뜩이나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던 관광산업이 이처럼 위축되니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더하고 있다.

메르스는 진정됐으나, 우리의 사후대응에 따라 그 여파는 달라질 것이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우리 관광산업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만의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홍콩은 안성맞춤 사례다.

이수택

한국관광공사 홍콩지사장


pils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