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서울 중랑구 중화고등학교 교장실 벽은 온통 알록달록한 메모로 가득하다. 각 메모지에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군인이 되고 싶다”는 등 비툴배툴한 글씨로 적은 소망이 적혀있다. “꿈을 갖고 싶다”는 글귀도 눈에 띈다. 이 같은 소원 쪽지는 방승호(54) 중화고 교장의 아이디어. “상담은 쉬워야 한다”는 철학으로 1100명 전교생을 직접 상담하기 시작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지난 2012년 9월 이곳 중화고등학교에 발령받은 방 교장은 이미 ‘노래하는 교장선생님’, ‘날라리 교장선생님’으로 교육계에서 유명인사였다. 이 학교에서도 교무회의 시간에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인형 탈을 쓰고 복도를 돌아다니며 금연 캠페인을 직접 수행하는 등 독특한 행동으로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방 교장은 “처음엔 지각생이 150명~200명인 ‘문제아 학교’ 교장이 돼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실제로 중화고는 학교폭력 문제가 많은 학교였다. 부임 후 교사들이 제안한 300여개의 학교 개선안을 읽은 후 방 교장은 아이들을 직업 만나봐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1100명 전교생 중 아직도 상담을 받은 학생은 200명 남짓이다. 얼핏 30분 정도 대화만 나누면 될것 같은 상담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싶겠지만, 방 교장의 상담 방식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상담은 ‘스킨십’으로 시작된다. 학생들은 팔씨름을 하거나 동전맞추기 등 간단한 게임을 통해 “교장선생님과 마주하고 있다”는 긴장감에서 해방된다. 이후에는 학생과 공통점을 찾는다. 최신 유행곡이나, 이슈 등을 이야기해 아이들의 마음을 연다. 그러다보면 아이들은 평생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교장선생님에게 털어놓는다.

이런 노력 끝에 중화고는 지난해 학교폭력이 한 건도 없는 학교로 인정받아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초반에 공부에 집중할 시간에 다른 걸 한다며 걱정하던 학부모들도 이제는 믿고 격려해준다. 방 교장은 “아이들이 흡연하는 곳에서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공연을 하게 하는 등 획기적인 시도를 했다”며 “누구나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방 교장, 정작 본인의 꿈은 뭘까. 우연한 기회에 작곡가를 만나 두 장의 음반을 낸 방 교장은 “히트곡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예기치 못한 답변을 했다. 그는 “매해 책 한권, 음반 한 장을 내는 게 목표”라며 “노래와 상담으로 진정한 나를 표현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공대출신이라 글 쓰는 재주가 없었지만 벌써 7년째 칼럼을 쓸 정도로 발전했다”며 “세상은 도전하는 자에게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