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사교육비 20조 육박…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현 정부 들어 오름세 “자녀 성공ㆍ부모 미덕” 문화 속 노후자금, 사교육비로 저당잡히는 상황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메르스 사태와 기록적인 가뭄, 그리스 디폴트 위기, 중국 금융시장 혼란 등 내우외환으로 우리 경제가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예외인 업종 중 하나가 사교육이다.
연간 사교육비 총액이 20조원을 육박하고 있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박근혜정부들어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가족 구성이 1∼3인 위주로 핵가구화하면서 자녀는 ‘부모 봉양’에 대해 점차 신경쓰지 않고 있지만, 사교육비 추이를 보면 부모의 ‘자녀 (교육) 공양’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교육을 중시하고, 자녀의 영달이 부모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이같은 현상을 낳고 있다고 분석한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오름세=지난 5년간 연간 사교육비 총액(교육과학기술부ㆍ교육부 집계)은 ▷2010년 20조9000억원 ▷2011년 20조1000억원 ▷2012년 19조원 ▷2013년 18조6000억원 ▷2014년 18조2000억원으로 18조~20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교육당국의 단속으로 지하화된 고액 개인과외 등의 ‘불법 사교육’ 비용까지 합치면 연간 사교육비 총액은 30조원을 헤아린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같은 기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증가 추세하고 있다.
2010ㆍ2011년 각 24만원이었던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2년 23만6000원으로 줄어들었지만, 현 정부 들어 2013년 23만9000원, 2014년 24만2000원으로 계속 오르는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전체 학생 수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교육계 일부에서는 교육당국이 자유학기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등 진로ㆍ적성교육에 보다 방점을 찍으면서 상대적으로 사교육 분야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큰 문제는 여전히 교육이 출세의 지름길이며, 이를 위해 부모가 목숨을 거는 문화 탓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자녀의 성공이 부모의 미덕?=부모 우리나라 부모들은 예부터 자녀 교육이 우선이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등의 옛말은 교육을 통해 자녀를 출세시키는 것을 덕목으로 했던 옛 부모들의 생각을 표현해 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는 교육을 유일한 신분 상승의 사다리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까지는 자녀의 과거 급제가, 현대에들어서는 명문대 합격이 부모의 자랑이 됐다.
부모는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위해 소 한 마리도 아까워하지 않았고 내다 팔았다.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대한교육보험(현 교보생명)의 성공도 설립 초기 ‘담뱃값만 아껴도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부모를 상대로 설득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다 못 살았던 시절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사교육의 폐단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제5공화국은 출범하면서 전면적으로 과외를 금시시켰고, 국가 주도의 대학입학 학력고사만으로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이 시기를 ‘개천 용’이 등장한 마지막 시기라고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제6공화국이 출범하면서 과외 제한이 풀리고, 사교육이 양성화 수준을 넘어 활성화되면서 “우리 아이가 남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는 생각이 부모들의 머릿속에 뿌리박혔고, 이것이 사교육으로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경제발전 이후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부모와 자식 간 관계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로 대변되는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화했다.
자식도 구태여 부모를 부양할 생각이 없고, 부모도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요즘 결혼하는 커플 대부분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교육에 저당잡힌 노후=국민소득 3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은퇴 후에도 노후 자금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하지만 과도한 자녀 사교육으로 노후자금이 저당잡혀, 장년층은 은퇴 후 ‘월급 절벽’에 직면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부모들이 경제적으로는 출산과 양육에 심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고’고 발표한 김미숙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특이하게 자녀에 대해 굉장히 부모들이 투자를 많이 한다”며 “사교육비 현황으로 봐도 알 수 있듯 자녀를 잘 키우는 데 대해 상당히 높은 가치를 두는 그런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도 “과도한 경쟁 교육이 영유아, 초ㆍ중ㆍ고교, 가리지 않고 퍼져 있다”며 “ 무한 경쟁에 빠진 사회가 이 같은 경쟁 교육을 낳고, 여기에서 한 발 앞서가는데 사교육이 도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교육에)의존하면 부모의 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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