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중국 베이징의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이면 전쟁이 따로 없다. 하루 평균 1000만명이 이용하는 만큼 혼잡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베이징 지하철에서 앞으로 음식이나 음료를 먹게되면 최고 9만원의 벌금을 물게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시 당국이 이같은 규정을 담은 ‘궤도교통 운영 안전조례’ 초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규정이 ‘너무 과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있어 시행으로 이어질 지는 두고봐야할 것 같다.
베이징 시는 쾌적하고 안전한 지하철 운영관리를 위해 ‘궤도교통 운영 안전조례’ 초안을 최근 공표한 후 현재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하철 내에서 음식이나 음료수를 먹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초안에 따르면 지하철 승객들이 차 객실을 비롯해 엘리베이터, 통로 등 역사 내 시설에서 음식물을 먹을 경우 50위안(약 9000원) 이상 500위안(약 9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시 측은 “지하철 내 음식물 금지조항은 싱가폴, 뉴욕, 홍콩 등에서 선례가 있다”면서 “중국 내에서도 상하이(上海), 우한(武漢)의 경우 이같은 금지령이 시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베이징 시는 일부 승객의 지하철 취식행위에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과 하루에 수십kg 씩 수거되는 음식물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런 문제는 베이징 시 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지하철에선 컵라면을 먹던 20대 여성이 휴대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던 승객의 머리에 라면을 쏟아부어 화제가 된 ‘지하철 라면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베이징 시의 새 규정을 놓고 시민들 사이에선 찬반 양론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가 이 규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시민 15명 중 7명이 찬성, 8명이 반대했다.
찬성하는 시민들은 “아침 출근길 극심한 혼잡속에서도 지하철 내에서 죽, 두유 등 아침식사를 먹는 사람이 있다”면서 “음식물이 다른 승객들에게 묻는 경우가 많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일각에선 “벌금이 너무 가볍다”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반대하는 시민들은 “출·퇴근하는 데 왕복 4시간이 소요되어 아침에는 밥 먹을 시간이 없다”면서 “배를 곯으면서 살 수는 없다”고 항변한다. 또 “물을 마셔도 벌금을 낸다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다”면서 “물을 마시는 것이 교통 안전과 서비스에 영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모든 취식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과한 규정이라면서 이렇게 된다면 시행에 한계점이 있을 것라고 지적한다.
이와함께 베이징 시는 지하철 내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행위, 구걸하는 행위, 잠을 자는 행위, 담배를 피는 행위 등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또 지하철공사 측이 열차 지연 등의 정보를 승객들에게 신속하게 알리지 않았거나 승객 만족도 조사 등을 게을리 했을 경우 공사측을 처벌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특히 인증서를 제출하면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동반해 승차하는 것을 인정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현재 충칭(重慶)과 산둥(山東)성에선 맹도견(盲導犬)이 대중교통수단에 승차할 수 있다.
그러나 베이징의 경우 동물승차 거부는 일반적이다. 규정이 시행되면 이같은 상황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시 관계자는 “의견 공모의 단계”라며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 입법화를 추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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