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행기 타는 변호사 양승국 등 스트레스 직업에 최고의 취미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푸른 하늘에 하얀 실선을 그으며 날아가는 비행기. 비행기를 보면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쯤 가슴 한켠에 품어봤던 ‘하늘을 나는 꿈’을 기억해 낼 것이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을 맞으며 솜사탕처럼 포근한 구름 속을 이리저리 헤엄치고 다니는 상상만으로도 금세 마음은 들떠 오른다.

많은 이들이 철부지 적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비행’, 이것을 현실로 이뤄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바로 초경량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따는 것. 국내에는 매해 20~40여명이 새로 자격증을 따고 있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양승국(57ㆍ사법연수원 13기) 변호사도 몇해전 국내 법조인으로서는 두번째로 자격증을 취득해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양 변호사 역시 어린 시절 다른 누구나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고, 공군에서 군 복무를 해 비행기를 탈 기회도 자주 있었지만 비행기를 스스로 몰아봐야겠다는 생각까지는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일상에 묻혀 꿈을 잊어갈 때쯤, 자신에게 소송을 의뢰해 온 초경량항공기 협회 이사의 권유로 체험비행을 하게 되면서 잃었던 꿈이 다시 떠올랐다.

“그야말로 짜릿했죠. 세상이 내려다 보이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비행하고 내려와 경비행기 조종을 어떻게 배우는지 물어보았지요.”

그렇게 첫 발을 뗐지만 지루한 인내의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즐길 수 있게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고 많은 이들이 이 때문에 작심삼일에 그치고 만다. 필기시험을 치르기 위해 양 변호사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머리 속에서 지워버렸던 지구과학을 다시 공부해야 했다.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항공 기상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한 요건인 실습비행 20시간을 채우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보통 1달에 한 번 정도 실습비행을 가게 되는 데, 가겠다고 한 날 비가 온다거나, 바람이 세게 분다거나, 안개가 꼈다거나 하면 비행을 못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비행기에 난방장치가 안돼 있어서 한겨울에는 꾀가 나서 안 가게 되고요.” 그러다보니 20시간을 채우는 데 2년이나 걸렸다. 함께 시작했던 친구는 이미 포기해버린 뒤였다.

하지만 열매는 달았다. 하루 종일 두툼한 서류뭉치 속에 파묻혀 사는 법조인의 삶. 판사를 그만두고서 변호사가 된 후에도 이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비행기를 탄 후부터는 달라졌다. 색다른 취미는 쳇바퀴 도는 다람쥐 같은 일상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열어 젖혔다.

양 변호사는 “취미를 갖게 된 후 일상이 훨씬 풍요로워졌어요”라고 했다. 그는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해 구태여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 않았다. 마치 무거운 의미를 매다는 순간 답답한 현실이 지배하는 일상으로 추락해버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어쩌면 그 가벼운 마음가짐이 그를 공중으로 두둥실 띄워올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비행기를 타다 보면 위험한 순간들도 있을 터. 그는 전기합선으로 계기판이 멈춰버린 일을 떠올렸다. “착륙할 때 계기판의 속도와 R.P.M을 보면서 비행기가 일정 속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내려가는 데, 계기판이 작동하지 않으면 감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으니까 당황했죠.”

이밖에 갑작스레 안개가 몰려오거나, 거센 바람이 부는 등의 예기치 못한 기상조건도 상존할 수 있는 위험요소다. 그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비해 비행할 때는 항상 교관과 동석한다. 양 변호사는 “경비행기는 엔진 고장이 나도 글라이더처럼 활공이 가능하기에 웬만한 개활지만 있으면 착륙할 수 있어서 생각보다 안전합니다. 착륙하다 비행기가 뒤집혀져도 부상만 좀 입을 뿐이지 죽거나 중상을 입지는 않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양 변호사는 요즘에는 경비행기를 1년에 한두번밖에 타지 못한다. 그가 기존에 타던 경비행기 ‘스카이레인저’가 추락으로 파손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격증을 딴 뒤 그가 실제 비행한 시간은 10시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은 교관없이 혼자서 비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지는 않다. 양 변호사는 “언젠가 비행이 좀 더 익숙해진다면 지인을 태우고 함께 날아보고도 싶고, 초경량항공기보다 조금 더 무거운 경량항공기 자격증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