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등 20~40% 급감 ‘시름’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 높아 더 타격 “발병국 낙인 7~8월 성수기 후폭풍”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의 ‘설화수’ 매장에는 다소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고작 5명의 요우커(중국인 관광객)가 진열된 상품을 둘러보고 있었던 것. 설화수는 요우커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반드시 구입하는 쇼핑 품목 중 1위로 꼽히는 브랜드로, 평소 같았으면 매장 바깥까지 길게 늘어선 줄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곳이다. 또 다른 인기 화장품 브랜드인 ‘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매장마다 여남은 명씩 배치된 점원들은 할 일이 없어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메르스의 여파가 국내 면세점 경기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매출 고공성장을 하며 추가 사업자 선정을 진행할 정도로 유통업의 알짜로 떠올랐지만,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메르스 태풍에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17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롯데 공항 면세점의 지난주(8~14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하락했다. 시내 면세점 역시 30%나 줄었다. 평소 꾸준히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해왔던 매출이 이달 첫째주(1~7일) 한자릿수인 5% 성장으로 내려앉더니, 아예 감소세로 돌아서 버린 것이다. 워커힐 면세점 역시 이달 들어 입점객이 지난달에 비해 40%나 감소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매년 20∼30% 고속 성장하던 면세점 매출이 줄어든 것은 2003년 중국을 강타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롯데면세점 매출은 4조2000억원, 신라면세점 매출은 2조60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0% 안팎 늘었다.
메르스의 여파는 국내 유통업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지만,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분야일수록 피해가 심각하다. 면세점을 비롯해 관광객들의 쇼핑 메카인 명동, 동대문 상권 역시 비상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한국 방문을 취소한 외국인 관광객은 10만8000여명에 달하며, 특히 이 가운데 70~80%는 씀씀이가 큰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감소세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국내 발병 상황이 외국인 관광객 수로 반영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면세점 매출 감소폭은 향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사스 발병 당시에도 3월 외국인 입국객이 전년 대비 10%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감소폭이 점차 커져 5월에는 40% 가까이 줄었다. 이 여파로 그해 롯데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6.6% 감소했고, 한진그룹이 운영하던 면세점은 문을 닫았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사스 청정국이라 불릴 때도 매출이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메르스 2위 발병국이라 낙인 찍힌 상태에서 그 여파는 엄청 클 것으로 보인다”며 “관광산업 특성상 당장 눈앞에 있는 6월이 문제가 아니라 7~8월 성수기때 그 후폭풍이 극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면세 산업의 구조적인 취약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류가 순식간에 혐한(嫌韓)으로 바뀔 수 있는 동북아 정세와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이 면세점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불꽃경쟁에 대한 우려와도 맥이 닿는다.
이정환ㆍ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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