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그동안 가계 부채에 대한 경고는 주로 저소득층에 촛점이 맞춰져 온데 반해 중산층의 빚에는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는 중산층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가계부채 문제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가계대출은 3월 말 1040조4000억원으로 1분기중 12조8000억원이 늘었다. 이 중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375조3000억원으로 9조7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저기서 가계부채가 부채 상환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에 타격을 입혀 우리 경제의 폭탄이 될 것이란 경고가 쏟아져나왔다. 햇살론 등 서민금융 지원 확대와 개인 회생 및 개인 워크아웃 제도 등 부채 조정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그러나 헤럴드경제가 통계청ㆍ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4년 가계 금융ㆍ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소득 3ㆍ4분위, 즉 중산층도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의 평균금리가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7.27%에서 지난해말 3.34%까지 떨어진 데 이어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6개월 간 기준 금리를 3차례 인하하면서 주담대 금리도 3%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그 결과 가구 당 월평균 이자 비용의 비율은 2012년 말을 기점으로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그러나 중산층을 중심으로 각 가정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거란 예측은 빗겨갔다. 지난해 소득 3ㆍ4분위의 부채액은 각각 6.6%, 4.2% 늘어나 1분위 가구의 증가율 2.8%를 크게 앞질렀다. 이들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8~19%로 모든 가구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통상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많은 빚을 지게 된다는 통념을 깬 것이다.

중산층을 빚의 구렁텅이로 이끈 것은 역시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소득 3분위 가구는 2012~2014년 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꾸준히 늘렸고 4분위 가구는 2012~2013년 동안 집중적으로 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했다. 최근 전세가율이 80%도 넘어 90%대에 육박하면서 자칫 전세금도 돌려받기 힘든 ‘깡통전세’를 들어가느니 무리해 빚을 내더라도 내집을 산다는 결정을 내린 것. 그 결과 소득 3분위 가구는 일년에 약 760만원, 4분위는 1000만원 가까이 원리금 상환에 밀어넣게 됐다. 일년 소득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구입한 주택이 담보로 잡혀 있기 때문에 부채 상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되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들 중 8% 가량은 자산 대비 빚의 규모가 커 이를 상환하지 못하거나 연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5% 가량이 연체할 것으로 내다본 저소득층보다 상환 전망이 어두운 것이다.

문제는 내수 소비를 이끌어야 하는 중산층이 빚에 허덕이면서 소비를 줄여 경기 침체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5만3000원으로 작년 1분기(265만4000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소비지출 증가율은 작년 1분기 4.4%(전년 동기대비)에서 2분기에 3.1%로 줄었다가 3분기에 3.3%로 다소 좋아졌으나 4분기에 0.9%로 다시 떨어졌다.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은 0.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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