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참사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고가 일어난 경주 마오나오션리조트 책임론이 본격 거론되고 있다.
리조트 측에 쏟아지는 의혹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인허가 당시 설계도와 달라진 체육관 공사를 방관했고, 폭설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학생들의 예약을 받았으며, 리조트 내 안전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설계 무시한 시공=우선, 설계도를 전혀 만족시키지 못한 공사가 리조트 안에서 이뤄졌는데 이를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경주시에 따르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지난 2009년 6월 24일 공사를 시작해 75일 만인 9월 9일 공사를 완료했다. 연면적 1205㎡(약 364평)에 달하는 큰 규모의 체육관이 75일만에 지어졌다는 점에서 부실공사 여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리조트 측이 관광단지 지정을 받기 위해 체육관을 급하게 지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마우나오션리조트는 2009년 12월 경북도로부터 관광단지로 지정됐다. 관광단지는 관광지보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즉, 이 기한을 맞추기 위해 시공 업체가 졸속으로 체육관 공사를 진행했고 리조트도 이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체육관 공사가 설계도와 다르게 진행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체육관 지붕의 무게를 견디는 역할을 하는 두께 600x400㎜ H빔이 붕괴사고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 직전의 체육관 사진에도 천장의 H빔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의혹에 대해 체육관의 설계ㆍ감리를 맡은 이상묵건축사무소의 이상묵 씨는 “사실이 아니다. 사고 직전 체육관 천장에 H빔이 보이는 사진도 있다”며 “설계ㆍ공사는 제대로 진행됐다. 폭설로 인해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무리한 영업=또 16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예약 손님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산외대 측에 폭설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19일 현재 인터넷과 SNS 공간에선 리조트가 지난주 숙박 예정이던 일반 예약객들에겐 “폭설 때문에 리조트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으면서 부산외대 측에는 이를 알리지 않아 사고가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17일 사고가 발생한 직후 한 네티즌은 인터넷에 “가족여행으로 경주 마우나리조트에 지난주 수요일 목요일 예약을 했는데 여행 당일인 12일 아침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숙박이 불가능하다는 리조트의 전화를 받아 여행을 취소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예약 취소로 환불까지 받았고 그 뒤에도 이틀간 눈이 더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부산외대 학생들도 이 리조트에 숙박을 못하는 게 맞을 텐데 어떻게 숙박을 할 수 있게 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리조트 인근에 위치한 경주시 양남면 주민센터에 따르면 리조트 일대는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약 8일 동안 80㎝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이 주민센터 관계자는 “사고 전 제설작업을 위해 리조트 부근을 찾았을 때 무릎까지 빠질 만큼 눈이 쌓여 있었다. 이처럼 큰 눈이 내린 시기에는 보통 리조트 예약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생들 예약을 그대로 받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부산외대 신입생 OT는 1ㆍ2차로 나눠 모두 1600여명의 부산외대 학생들이 리조트를 찾을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리조트가 대규모의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폭설 위험성을 무시하고 예약을 허용, 참사가 일어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리조트 측 입장을 듣기 위해 18일 통화를 계속 시도했지만 리조트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담당자와 연결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부실한 안전 관리=리조트가 시설 안전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은 탓에 대규모 사고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리조트 체육관 붕괴 일주일 전인 지난 10일 울산 북구 소재 한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실습 중이던 고등학생 A(19) 군이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지붕에 깔려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처럼 최근 울산에서만 7개 공장의 지붕이 눈 때문에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근 공장들은 폭설로 인한 지붕 붕괴를 막으려고 밤새 눈을 치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 공장과 차로 30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 리조트는 80㎝가량 쌓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체육관 지붕의 눈을 제거하지 않은 채 학생들 560여명을 체육관 안으로 들여보냈다.
리조트 진입도로의 제설작업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구조차량 진입이 늦춰져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구조에 참여했던 경주소방서 관계자는 “빙판길 때문에 구조차량이 사고 현장에 진입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사고 전 부산외대 학생들이 리조트 내 계단과 도로 등에 쌓인 눈을 치워달라고 요청했으나 리조트 직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제설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