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돼지고기 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국내축산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국내산 가격이 상승하면 수입산이 이를 대체해 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1일 현재 돼지고기 1kg당 도매가격은 5833원으로 6000원대를 넘나들었던 5월 중순보다는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 달 동안 돼지고기 가격이 5000원 미만으로 형성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20% 가량 높은 것이다. 돼지 수요가 많은 여름철까지는 가격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격 상승 이유는 국내산 돼지 고기 공급이 소폭 줄어든 반면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5년 4월 기준 국내산 돼지고기 공급량은 2.4% 감소한 상태다. 2013년 겨울부터 지난해 초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돼지 농가에 돼지유행설사병(PED)가 유행하면서 10마리 중 2~3마리가 폐사했고, 지난해 12월부터는 구제역이 발생해 지난 5월 13일까지 195개 농장에서 총 17만2734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됐다. 2013년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하자 어미돼지를 10% 감축한 영향이 올해 나타나면서 공급이 감소했다.
반면 수요는 늘었다. 일본 원전 사고 후 수산물 소비가 육류로 옮겨왔고,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조류독감으로 인해 닭ㆍ오리고기의 수요마저 돼지고기로 옮겨오면서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올해는 평소보다 일찍 더위가 찾아오면서 국내산 삼겹살, 목살 등을 찾는 이가 많아져 평년보다 일찍 가격 상승이 시작했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도 국내 축산농가는 마음껏 웃음짓지 못하고 있다. 비싼 국내산을 수입산이 대체하게 되면 반짝 호황보다 더 긴 불황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1년 구제역의 여파로 수입산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까지는 2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며 “이미 일부 육가공업체에서는 수입육으로 전환하려는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돼지고기 수입량은 14만8308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 9만2639톤 보다 50% 이상 늘었다. 안동발 구제역 광풍으로 시달렸던 2011년 수입량 13만2849톤 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2013년에는 PED의 영향으로 미국 돈가가 높게 형성된 반면 국내 가격은 폭락해 수입해 들어와도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제 미국은 PED가 종료돼 가격이 정상으로 복구됐고, 국내 가격은 높아 차익을 노린 수입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와 한돈협회는 소비자들이 수입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율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을 인하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농가가 업체와 계약할 때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인 돼지고기 지급률을 자율적으로 낮추고, 대체 소비를 활성화하는 등의 방안이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돈육 가격 인상은 당장은 농가에 유리해도, 장기적으로 수입육의 시장잠식으로 이어져 국내 한돈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가격변동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 인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