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낳은 대문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만 헤세는 14세에 명문 수도원의 기숙사학교에 입학했지만 부적응과 신경쇠약으로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이때의 경험을 서술한 소설이 유명한 ‘수레바퀴 아래서’다. 엄격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헤르만 헤세는 소설을 통해 ‘학교에서 도망치거나 내쫓긴 아이들 중에 일부는 사회의 정신적인 재산을 풍요롭게 만들지만, 숫자를 알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은 무언의 반항심과 더불어 자신을 소모하고 마침내 파멸하기에 이른다’고 표현했다.
독일의 19세기 말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주인공은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다. 대부분 교육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2012년 이화여대 연구에 의하면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학생은 40.3%로, 10명 중 4명은 학교를 다니는 것에 만족하지 못했다. 2013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고등학교까지 학령인구 중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은 40만명이고, 이 중 대안학교 등 소재가 파악된 학생을 제외하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아이들은 약 2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학교에 부적응하는 경우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2012학년도 전체 고등학교 재적 학생 192만87명 중 1.8%인 3만4934명이 학교를 그만뒀다. 대부분 사유는 자퇴(3만3553명, 96.05%)와 퇴학(1045명, 2.99%)이다. 자퇴 이유로는 학교 부적응(학업관련, 학교규칙, 대인관계, 기타 부적응)이 1만7454명(49.56%)으로 가장 많았다. 경제 사정이나 가정불화로 인한 경우는 2327명(6.66%)이었다.
학업중단의 주요 이유가 학교 부적응이라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학교에 부적응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고 적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호주 빅토리아주 교육부에서는 SMT(Student Mapping Tool)를 활용해 학업중단 위기 학생을 사전에 관리한다. 국내에서는 담임이 학생의 정보보호 때문에 아이들의 개인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인데, 생활지도를 위해서 중요한 정보에 대해 미리 알고 예방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사전에 학업중단의 징후나 위기요인을 발견하고 대처해야 한다.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고,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대안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출석일수만 채우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학습경험을 제공해 줘야 한다. 대안학교뿐 아니라 도서관, 박물관, 기업 등 다양한 기관과 시설에서 이들을 위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역할도 중요하다.
학업중단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애정과 지원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정제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