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한반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미 사망자가 2명 발생했고, 확진 환자 수는 30명(3일 오전 기준)까지 늘었습니다. 첫 환자 발생 당시 “메르스는 전염력이 낮다”고 뒷짐지고 있던 보건당국은,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11일 만에 부랴부랴 민관합동 대책반을 꾸렸습니다. 반면 메르스 관련 괴담을 차단하는 데는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보여줬죠.

국가 비상 상황에 무기력한 정부 당국의 모습은 영화에도 등장합니다. 3일 개봉한 ‘샌 안드레아스’(감독 브래드 페이튼ㆍ수입/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를 관통하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에서 강도 9.6의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아비규환의 상황을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해운대’(2009)가 할리우드로 건너간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전형적인 재난 영화의 공식을 밟아갑니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쓰러지는 와중에 가족애를 회복하고 남녀 간의 사랑이 꽃피는 에피소드는 판타지에 다름 아니죠. 대지진 상황을 묘사한 비주얼은 압도적입니다. 고층 빌딩은 팬케이크를 쌓아놓은 듯 무너져 내리고, 지진의 충격파로 차량과 시민들은 낙엽처럼 뒹굽니다. 여기에 쓰나미까지 덮치면서 LA는 순식간에 수상 도시로 탈바꿈 합니다. 극 중 도심은 쑥대밭이 됐는데, 구조 당국은 뭘 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습니다. 영화가 가족을 구하려는 주인공 ‘레이’(드웨인 존슨 분)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일반 시민이나 구조 당국의 에피소드까지 다루진 못했겠죠. 그나마 지질학 박사 로렌스가 샌 아드레아스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할 것을 예측하고 미리 위험을 알리려 하지만, 정부도 언론도 그의 경고에 귀 기울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샌 안드레아스’는 구조 당국의 무능함에 딴지걸지 않고, 전형적인 미국 영화의 결말을 선택합니다. 지진이 휩쓸고 간 자리에 모인 레이와 그의 가족들은 다부진 눈빛으로 ‘이제 도심을 재건해야지’라는 희망적인 대사를 읇조리죠. 이어 성조기가 나부끼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선량하고 정의로운 미국(인)은 이까짓 고난과 역경 쯤은 늘 그랬 듯 돌파할 것이라는 미국식 애국주의를 엿보게 합니다. 그보다는 대지진이 남긴 상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엔딩이 더 몰입하기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