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11일 중국과 대만이 역사적인 첫 장관급회담을 가지면서 민간대화 21년 만에 정부간 공식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11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왕위치(王郁琦) 주임위원(장관)은 이날 중국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 자금산장(紫金山莊) 호텔에서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즈쥔(張志軍) 주임과 만나 양안 장관급 회담을 연다.

대만 주요 언론들은 “중국과 대만이 당국 간 직접 대화의 시대로 진입했다”며 ‘신(新) 이정표’, ‘신기원’ ‘중대 돌파구’등의 표현으로 첫 장관급 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더욱 부각시켰다.

정부기구 간 제도적 대화채널을 구축했다는 평가와 동시에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대내외에 알리는 기회로 삼고, 대만은 정상회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단계로 삼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21년 만의 진전, ‘차이완(Chiwan) 시대’ 만든다=이번 중국-대만 간 장관급 회담에서는 양안 대표기구 성격의 사무소 설치와 국제협정 참여에 있어서의 공동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만은 자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등 지역 경제공동체 참여에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는 뜻을 전했고 중국도 회담 전부터 이미 공감대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기구 성격의 사무처 설치 뿐만 아니라 신문 정보 상호 교류, 언론매체 상주 허용, 양안 경제협력 기본협정(ECFA) 후속 협상 등 논의도 이번 회담을 계기로 급진전할 것이란 전망이다.

양안회담은 1993년 중국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첫 대화의 포문을 열었으나 이들 기구를 통해서는 경제협력과 민간교류 부문의 논의만 진행돼왔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대표기구를 설치하며 정치분야로까지 대화 범위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민간분야는 이미 ‘차이완시대’에 접어들었다.

2008년 친중국 성향인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취임하면서 통상(通商), 통항(通航), 통신(通信) 교류의 ‘대삼통’(大三通) 시대를 열었고 2010년에는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을 체결하면서 양안 경제교류 시대를 준비했다.

과거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이 집권한 2000~2008년과는 큰 차이가 있다. 천 전 총통은 당시 중국과 대만이 각각 한 개의 국가라는 뜻의 ‘일변일국론’(一邊一國論)을 주장하면서 중국을 자극했고 긴장관계가 고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대만은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100만명에 이르는 대만 기업가들이 중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중국과 대만 경제가 함께 차이완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연내 시진핑-마잉주 회담 성사될까=이번 장관급 회담을 계기로 중국과 대만에서는 시 주석과 마 총통간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만은 2016년 초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올해를 넘기면 대선 정국을 맞이하게 돼 정상회담 논의는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관측이다. 국내 정치 역학구도상 논의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도 친중국 성향이라는 마 총통 임기 중 양안관계의 ‘극적인 진전’을 노리고 있어 2014년은 양안 관계의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대만이 이같은 움직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 총통은 오는 10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자신이 직접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추락한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국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총선과 대선을 준비한다는 의도도 내재해 있지만 표면적인 것은 양안 관계 개선이다.

중국은 정상간 만남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국제회의 장소 불가’, ‘국가 대 국가 지도자 회담 형식 불가’라는 2대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양안 학계에서는 2단계 정상회담 방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베이징 APEC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 시 주석과 마 총통이 적당한 장소에서 만난 후 마 총통의 참가를 중국이 용인하는 방안이다. 그동안 대만은 중국의 견제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밖에 일각에선 보아오(博鰲) 연례 포럼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다만 내부 정치적 요인이나 양안의 견해차가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특히 대만 내 여론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만 국민의 50%는 양안 관계의 현상유지를 희망하고 있으며 일부 국민들은 양안 정상회담, 평화협정 체결 등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도 마 총통이 대만 총통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한다는 대만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면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스스로 깨뜨리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이 또한 부담이다.

미국 리치먼드대학교 정치학과 빈센트 왕 교수는 “양안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시진핑의 정치적 결단과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