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탐정으로 상징되는 민간조사제도는 합법화 되더라도 이는 민간조사업의 존립과 규제근거를 제시하는데 그치는 것이며, 민간조사원에게 특별한 권한이나 능력을 창설해 주는 것이 아니다. 즉, 민간조사원은 국민을 명령ㆍ강제할 수 없음은 물론, 국민의 권리 또는 의무나 이익에 직접적ㆍ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처분을 할 수 없으며, 국민도 이들의 조사에 응할 의무를 지니지 않는다. 또한 민간조사의 양태도 오관의 작용으로 보고, 듣고, 느낀 사실을 의뢰자에게 그대로 제공해주는 사실관계 확인대행 서비스에 불과하다. 이렇듯 민간조사업은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국한된다.
탐정에 대한 오해의 발단이 되고있는 셜록홈즈는 영국의 추리작가 아서 코넌 도일이 쓴 소설속의 인물로 흥행을 위해 정의와 불법을 넘나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과를 이루어 내지만 사실 셜록홈즈와 같은 황당무계한 탐정은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허용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민간조사(탐정)에 대한 편향된 선입견으로 그 역할과 기능을 아예 부정 하거나 거부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33개국은 탐정제도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이를 일찍이 제도적으로 정착시켜 국가기관의 치안능력 보완과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재판기능 보강에 널리 활용하고 있음은 물론 명실상부한 탐정문화의 형성과 함께 ‘산업(Industry)’ 으로 까지 발전시켜 왔다.
이웃 일본의 경우를 보면 ‘탐정업 적정화에 관한 법률(2007)’을 통해 “타 법에서 금지한 것과 사생활의 평온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고 해 탐정업무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할 수 없는 일” 만을 적시한 규제완화형 네거티브(negative) 입법형태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한 폭력전과가 없는 사람은 신고만으로 탐정업을 영위할 수 있게 개방적으로 운용함으로서 6만여 명의 탐정이 공인된 직업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시민의 권리구제에 기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두 건(윤재옥 의원과 송영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의 민간조사업 공인화 관련 법안은 사생활 침해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공히 ‘할 수 있는 일’ 만을 엄격하게 규정한 포지티브(positive)식 형태를 지향함으로서 네거티브 형태를 취하고 있는 대다수 외국 탐정업에 비해 제도적 안정성과 업태의 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민간조사원의 결격사유에 국가공무원 수준을 적용하고 1,2,3차 시험으로 자격을 부여하는 등 자질에 따른 부작용 예방을 위한 여러 안전장치를 강구하고 있어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조사제도와 함께 양질의 일자리가 새롭게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입법이 지연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법제환경의 변화와 생활의 복잡ㆍ다양화로 점증하고 있는 사실관계조사ㆍ확인업무의 수요가 더 이상 무통제ㆍ무납세 지하업자들에게 분별없이 맡겨지는 관행적 폐해를 근절하고 그 역할이 합당한 직업인에 의해 적정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정상화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일 것이며, 그 현실적인 대안이 민간조사업 법제화 라는 점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가 기관간 소관 다툼이나 이해부족 또는 특정 직역(職域)의 이기적 처사로 더 이상 지체되는 일이 없기를 많은 국민들과 함께 간절히 기대해 본다.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