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선가격 - 후출하 시스템 도입 5개월 협상난항에 관행 개선나서

현대제철이 철근 공급가격을 먼저 결정하고 이후 판매하는 ‘선가격 후출하’ 시스템을 시행한다. 지난 해 9월부터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와의 협상 난항으로 철근 가격이 정해지지 않아 5개월 간 대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는 등 국내 제강사들의 어려움이 계속되자 현대제철이 앞장서서 칼을 빼든 셈이다.

현대제철은 11일 이같은 시스템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1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가격 후출하 시스템은 철근 수급 및 원자재가격 동향 분석을 통해 제강사와 건설사가 분기별 철근 가격을 사전 합의한 후 거래하는 방식이다. 즉 제품가격을 먼저 정하고 거래에 나선다는 의미다.

이제까지는 철근을 사용한 이후 가격을 결정하는 ‘선출하 후정산’ 방식이 사용됐다. 철강업이 호황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불황이 이어지며 이같은 시스템은 제강사에게는 독이됐다. 철근을 계속 납품하지만 건설사와의 가격갈등으로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철근 가격을 낮추려하고 제강사들은 인상하려고 하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돼왔다. 그 결과 지난 해 9월에 공급한 철근가격을 결정짓지 못해 5개월 간 대금회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제강사들의 주장이다.

철근가격은 지난 2012년 3월 t당 84만1000원(D10㎜ 고장력 철근 기준)에서 지난 해 8월 72만원까지 하락했다. 철근의 원료가 되는 철스크랩가격이 지난 해 7월 이후 t당 2만4000원 가량 상승했고, 전기요금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다양한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철근가격 현실화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지난 해 하반기 철근 가격을 t당 74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반영되진 못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제조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일부 철강사와 유통업계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철강업계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을 통한 생존 차원의 손익 보존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의 ‘선가격 후출하’ 시스템이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건자회 등 건설사 측에서 이 시스템을 수용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현대제철은 건설사 측에서 선가격 후출하 시스템을 받아들일지 않을 경우 거래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근 거래가 선출하 후정산이라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 갈등의 근본 원인이다. 제강사 뿐만 아니라 유통을 담당하는 대리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분기별 가격결정 시스템이 정착되어 건전한 거래관행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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