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서울 도심 남산 인근 대지면적 약 700㎡, 2층짜리 금싸라기 건물을 70억원에 매입해 꿈에 부풀었던 A씨는 최근 리모델링 중 건물이 무너지는 황당한 사고를 겪었다.

1930년대에 건축된 건물의 노후도가 너무 심해 공사 중에 지붕이 내려앉았고, 이를 수습하는 와중에 기둥 일부마저 무너져 버린 것.

사고 후 건물이 멸실됐기 때문에 리모델링은 어렵고, 신축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는 더욱 난감함에 빠졌다. 해당 지역은 지구단위계획구역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일반건축행위가 제한돼 있다. 리모델링은 가능하지만 신축은 불가능한 곳이다.

결국 그는 70억원짜리 건물이 하루 아침에 눈앞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황당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

리모델링은 지붕과 기둥 등 최소한의 뼈대는 남겨놓고 해당 건물을 개ㆍ보수하는 행위다. 건물 개ㆍ보수는 전적으로 건물주의 판단에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구청의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다만 지붕과 기둥을 확실히 지킨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해당 건물을 허물어 멸실시킨 뒤 다시 새 건물을 짓는 재건축을 원한다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계획수립단계에서부터 구청의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공사비용도 배 이상 뛴다. 리모델링의 경우 공사비가 3.3㎡당 100만~150만원 선이지만 신축의 경우 3.3㎡당 300만원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잡한 구청 인허가 과정을 거쳐 신축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A씨 건물처럼 해당 구역에 각종 개발행위 제한이 묶여 있어 신축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는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문제는 건축된 지 수십 년 된 건물이 서울 전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어 A씨가 겪은 ‘황당’ 사례가 더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부동산 불경기, 주민 불화 등의 요인으로 사업이 거의 진척되지 않는데도 서울 핵심지역인 도심권에 일반건축행위가 불가능한 개발제한 구역이 상당수 남아 있어 수십억원의 부동산 자산은 있지만 재산권 행사 기회는 박탈당한 ‘빌딩 푸어’들이 많다는 점이다.

역시 도심권에 저층 빌딩을 소유한 K씨는 “신축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 돈을 들여 리모델링할 의향도 있지만 개발계획이 언제 어떻게 터져나올지 몰라 건물주들 대부분 개발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며 노후 건물 개ㆍ보수를 피하는 분위기”라며 “그러다보니 자산 가치는 수십억이라는 얘기를 듣는데 노후된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는 구멍가게 수준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건물 투자 컨설팅업계 L씨는 “서울 도심권 건물의 투자가치는 높지만 노후된 저층 건물의 경우 매입 후 관리가 어려워 매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차라리 관리가 쉬워 편하게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신축 고층빌딩의 오피스나 상가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