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국가정보원 정치ㆍ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ㆍ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판(56)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는 6일 공직선거법 및 경찰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 전 청장에 대해 “사건의 실체를 은폐하고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허위의 언론 발표를 하게 했다거나 18대 대선에서 특정 후보자가 당선되게 하기 위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을 ‘김 전 청장이 선거에 개입하고 실체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와 ‘허위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분석 결과 회신을 거부ㆍ지연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로 정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이같은 쟁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던 탓에 관련자들의 진술과 사건 당시의 객관적인 정황에 바탕해 판단한 결과 김 전 청장의 혐의가 입증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한 권은희 전 수서서 수사과장의 진술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권 전 수사과장의 진술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어긋나고, 다른 경찰관들의 진술과도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경찰관들이 진술번복을 해 입맞추기 논란이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모든 경찰관들이 상당한 시차 두고 수사 및 재판을 받으면서, 입을 맞췄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러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밖에 국정원 여직원이 제출한 컴퓨터와 노트북의 분석 범위 제한을 지시했다는 부분,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시기를 정해놓고 키워드 축소를 지시했다는 부분, 분석 결과를 은폐하기 위해 수서서 수사팀을 배제하려 했다는 부분 등에 대해서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전 청장은 2012년 12월 15일 증거분석을 담당한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로부터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수사를 담당한 수서서에 이를 알려주지 말고 16일 ‘증거분석 결과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ㆍ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음’이라는 내용의 허위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청장은 또 아이디와 닉네임 40개의 목록 등 분석 결과물을 보내달라는 수사팀의 요청을 거부하도록 서울청 관계자들에게 지시하고, 대선일(19일) 전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도록 해 결과적으로 특정 후보의 당선에 영향을 미친 혐의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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