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의 법칙
엄마가 장성한 딸에게 말했다.
“평생 내 혀는 국 간만 봤다. 이제 다른 맛도 좀 봐야 하지 않겠니?”(조민수)
중년의 여인들이 모여 수다를 떤다.
“넌 아직도 (남편하고) 일주일에 3번이니?”(엄정화)
“입만 열면 애들 학교 얘기, 남편 얘기…. 요새 아예 ○○ 드러내고 사는 여자들 많아.”(문소리)
약에 힘을 비는 ‘고개 숙인 남편’을 격려한답시고 아내가 던지는 한 마디가 차라리 비수다.
“비아그라 같은 것 없이도 열두 번은 더 XX 줄게!”(문소리)
최근 성인들의 성과 사랑을 솔직하게 드러낸, 이른바 ‘19금 토크(18세 미만 시청 불가 토크쇼)’가 케이블TV 채널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중년 여성들의 욕망을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 ‘관능의 법칙’(감독 권칠인)이 개봉한다(13일 예정). 이 작품은 40대 여성 3명의 결혼과 연애, 사랑, 일상을 담아냈다. 당연히 세 주인공의 개성과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극의 성패를 좌우하는 영화다. 조민수와 엄정화, 문소리 등 한국 영화의 내로라하는 관록과 내공의 여배우들이 전면에 나섰다. 메가폰을 잡은 권칠인 감독은 장진영, 엄정화 주연의 ‘싱글즈’와 이미숙, 김민희, 소희 주연의 ‘뜨거운 것이 좋아’로 세대를 아울러 여성들의 내밀한 정서와 일상을 섬세하게 다루는 데에 남다른 감각을 보여줬다. 권 감독의 전작을 빌려 말하자면 20대 후반 미혼 여성들의 연애와 자아 찾기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던 ‘싱글즈’의 ‘20년 후’ 같은 작품이다.
세 여성 중 가장 언니뻘인 ‘해영’(조민수 분)은 딸 키우느라 밥하랴, 빨래하랴, 돈 벌랴 생활에 치여 살아온 ‘싱글맘’이지만 중년에 다시 찾아온 사랑에 가슴 설레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공방을 운영하는 목수인 남자친구 성재(이경영 분)와 20대 못지않게 뜨겁고 애틋한 연애를 하고 있다. ‘신혜’(엄정화 분)는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으로 케이블TV 예능국 PD다. 사내에서 비밀 연애를 하던 동료 남자 간부가 젊은 상대를 만나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실연의 상처에 쓴맛을 다시지만 자신이 관리하는 외주 제작사 PD인 조카뻘 20대 청년의 구애를 받게 된다. ‘미연’(문소리 분)은 여전히 남편(이성민 분)과 일주일에 몇 번은 뜨거운 밤을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밝히는 여인’. 세 주인공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불태우지만 자신의 욕망과 현실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해영’은 다시 찾은 여성으로서의 행복을 안정된 결혼생활로 이어가고 싶지만 남자친구인 성재는 “지금처럼 매일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자”며 완곡히 거절한다. 신혜는 연하남의 애정 공세에 다시 가슴이 뛰지만 남들의 시선, 회사의 눈치, 자신의 경력 때문에 고민 백배다. 미연은 철석같이 믿었던 남편에게서 외도의 낌새를 알아차린다.
이들에게 구심력은 엄마의 자리이고 아내의 역할이며 이모뻘의 나이이고 직장여성으로서의 분투라면, 원심력은 여성으로서의 욕망이며 쾌락이고 행복이다. 두 힘의 팽팽한 싸움으로 이뤄지는 드라마의 얼개 자체가 새로울 것은 없어도, 대사와 캐릭터가 보여주는 리얼리티는 짐짓 과장된 코미디와 극적인 전개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무엇인가 풀지 못한 응어리를 안고 사는 듯한 여성이라면, 그리고 그들과 남은 반평생을 동반자로 살아가야 할 남성이이라면 한 번쯤 볼만한 영화.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