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직장인 민모(34)씨는 연휴 내내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휴대전화 스팸 문자메시지에 시달려야 했다.

카드 3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대출을 권유하는 전화나 문자와 전면전을 선포한 터라, 이제 스팸 공해에서 어느 정도 해방될 줄 알았다. 더욱이 스미싱(문자메시지로 결제를 유도하는 수법) 대응시스템의 조기구축을 추진하는가 하면 스팸 문자 발송에 이용된 전화회선을 관계부처 협조 아래 즉시 차단한다는 계획까지 밝힌 만큼 신뢰가 더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불법 도박 사이트와 성매매 알선 문자가 괴롭혔다. 그는 “도대체 내 정보가 어디까지 샜는지 알길이 없다”며 허탈해했다.

대출 스팸 문자가 사라진 자리를 불법 도박과 성매매 스팸 문자가 대신하고 있다. 특히 잠든 새벽에 무차별적으로 날라온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이 볼새라 문자 지우기에 바쁘다.

금융당국은 카드 3사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2차 피해를 줄 우려는 없다고 했지만, 국민들이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부 서모(42)씨가 4일 새벽 받은 스팸 문자는 한 인터넷 도박 사이트가 회원 가입을 유혹하는 것이었다. 서씨의 문자에 새겨진 ‘f○○○○○.com’ 사이트는 실제 버젓이 운영되고 있었다. 인터넷 도박은 불법이다.

이 문자는 ‘첫 입금 시 3% 최대 10만원 지급’, ‘매일 저녁 무조건 3% 한번 더! 지급’, ‘하루 3번 먹고 월 900만원 수익’이라고 유혹했다.

스팸 차단기능을 피하는 문자도 상당수다. ‘바) □□ 카) △△ 라) ◇◇’ 이런 식이다. 서씨는 “그동안 대출 스팸 문자는 거의 오지 않았는데, 최근 정보유출 사건 이후 도박 사이트 가입을 권유하는 문자가 부쩍 늘어 대체 어떻게된 건지 무척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다. 스팸 문자 발신자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성매매 알선 스팸 문자는 더욱 활개치고 있다. 연휴 내내 도박 스팸 문자를 지우기 바빴던 직장인 최모(41)씨는 설 연휴가 끝난 3일 불법 성매매 유혹 문자를 받았다. 내용은 자극적이었다. 금액과 접선 장소, 영업시간까지 자세하게 안내해 주고 있었다.

발신자는 이날 오전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단속이 뜸한 오후나 새벽 시간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해 상반기 스팸 문자 유형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출이 2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박 22.5%, 성인 22.4% 등의 순이었다. 최근 대출 스팸 문자가 자취를 감추면서 도박과 성인물이 스팸 문자의 선두 경쟁을 벌이는 웃지 못할 형국이 돼 버렸다.